높디 높은 산줄기 먼발치 솟고
구르듯 내려온 야트막한 언덕
땅에 닿을 듯 엎드린 하얀집에
구릿빛 깊은 골 가득하신
정겨운 노부부 계시지요
야트막한 집
풍족하진 않지만
따스한 차 쑥버무리 가득있어요
긴긴 겨울잠 깨어나
따스한 양지곁
지난가을 미처못한 풀밭 정리
키작고 가녀린 감나무 대추나무랑
손자에게 주시듯 두엄주고 비료주고
정성도 가득담아 주고
뒷산에서 하나 둘 옮겨심은 두릅나무
뜰앞 가득 손자까지 두고 번성했으니
두노파 순 오르기 손꼽아 기다리는데
애타는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앙상한 허리 꼿꼿이 세우곤
먼발치 지나는 구름향해
딴청만 피니 밉습니다.
할멈 나물캐러 가시고
정성어린 임자 솜씨
이리저리 찾아내 우물우물
고마움 반찬삼아 드시며
뒷켠 큰산 터잡고 사는 멧돼지
이웃이라 칭하며 들어와서는
온 밭 다 일궈 놓고감에
올여름 손자오면 캐어 주리라
엊그제 심어놓은 감자밭 걱정이 산이구요
뒷산 골따라 후트러진 진달래
고운님 함께하려 마음껏 아름다움 자랑하지만
정겨이 대하는 이 없으니 치장한 보람 하나 없네요
아지랑이 하늘하늘
노고지리 우지짐에
굽은허리 다시 고추세우곤
아들손자 얼굴 작은텃밭 가득
즐거움 하나하나 세며 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