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마음/마라톤

[스크랩] 울트라마라톤

가든라이프 2006. 11. 13. 13:03

토요일 오후 5시

열차를 타고 지하철역을 거쳐 서울숲에 도착

쌀쌀한 한기를 느끼며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는다.

 

일기예보대로라면

밤에 진눈개비라 내릴거라고도 하고

하여튼 추운 날씨가 될것은 자명한 사실

양지바른 곳에 옹기종기 모여

남들이 준비하는 과정을 훌낏훌낏

다른 건각들도 자못 긴장하는 눈치

 

옷을 두터이 입자하니

달리기에 지장을 줄것같고

 

얇게 입자니 날씨가 부담이 되는듯

 

이것저것 준비과정을 거쳐

드디어 출발대에 섰고

이어 한강변을 달린다. 

 

워낙 코스가 먼길인탓에

달리는 주자들이 많지는 않지만

자전거와 보행용으로 만들어 놓은 길에 가득

한무리가 달려나가는데

 

한강의 아름다움과

차가 전혀 다니지 않는 길이라는데 매력

같이간 동호인과 함께

완주를 다짐하며 천천히 달리자는 마음이나

한무리에 섞여 가다보니 그렇다고 속도를 줄이기에는

물결이 흐르듯 자연스레 따라가기 바쁘고

 

한강변을 남북으로 왕복하며 달리는 코스로

제일 마지막에는 청계천을 다녀오는 장장 100킬로의 여정

 

반겨주는 시민들과

손 흔들어주는 인라인 동호회원들

그리고 싸이클을 즐겨하시는 분들하며

산책을 나왔다 자못 신기한 모습으로 함께 달리기도 하고

 

사람들 많이 사는 동리이니

이래저래 응원객 많아 좋네

 

서울 공기가 탁하니 뭐니 하더니

넓디넓은 한강변을 차없는 보행전용 도로로 달리니

정말 이곳은 살기좋은 곳이구나라는 생각도 가져보며

 

이래저래 풀코스 거리를 지나 60킬로 반환점을 향해 달려나가는데

하나둘씩 켜지던 한강변의 불들이 형형색색 빛을 발하며

다리를 깃점으로 양안을 아름답게 수 놓는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지만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고

살을 에이는듯한 찬바람이 살갗을 파고들며 달리기를 강요

 

60킬로 반환점까지의 거리가 왜그리도 멀던지

가까스로 도착해보니 간식으로 주먹밥 한덩이

차디찬 주먹밥을 우적우적 넘기고보니 사시나무 떨듯 대책이 없네

 

가까스로 옆에 세워둔 봉고차에서 몸을 좀 녹이려 하는데

앞으로 남은거리가 풀코스 남짓,중압감에 맘편히 쉬기는 글렀고

 

다시 달리기 시작

눈앞이 아득하기만 하다

 

나머지 40킬로를 어찌 소화해야만 한담

 

1킬로씩 거리 줄이는것을 목표로 달리는데

500미터 지점마다 표시가 되어있어 도움을 준다.

 

평소 연습할때 운동장 한바퀴 거리인데

그 거리가 정말 하늘만큼이나 길기만하다.

 

그래 한꺼번에 줄일수는 없는일

하나하나 줄여나가다보면 아니 구도하는 자세로 꾸준히 달리다보면

결국 종점이 나오리라

 

인생의 길 만큼이나 길고도 먼 여정

숫자를 세어가며 달리다보니

어느덧 청계천 입구에 도착을 했고

 

그 아름다운 청계천 모습이 정말 지옥의 레이스

가도가도 끝이없는 그물길을 헤쳐 오르고 또 오르다보니

물살이 환해지는 광경이 펼쳐지고 종점

 

다시 유턴을 해서는

이번엔 그래도 내려가는 길이니 좀 편하리라

 

천근만근이되는 다리를 붙들고 하소연하며

드러누워 스트레칭도하고 이곳저곳 지압을 해보기도 하지만

혹사를 당하는 입장인 두다리는 제자리에 돌아올 기미가 없고

 

이제는 정말 정신력으로 버티는 길밖에

걷다 달리다를 반복하며 내려오는데

입구에서 이제 청계천을 향해 오르는 달림이

얼마나 아득할까 안타까움으로 화이팅 외치며 열심히 달릴것을 기원

 

어느덧 95킬로 이정표가 보이고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느끼며 100킬로를 무사히 완주

 

그동안 고생을 잘 참아준 두다리에 감사드리며

월계수를 머리에 쓰고 기념사진 찍는 내마음

세상 모든것을 다 얻은듯 싶다.

 

 

출처 : 산구름님의 플래닛입니다.
글쓴이 : 산구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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