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일상의 마음

[스크랩] 김장과 인심

가든라이프 2006. 11. 29. 00:05

겨울나기 준비

 

고구마 통가리 윗목에 가득

겨우내 꺼내어 아궁이에 굽고

간식겸 솥에 넣어 삶고

따스한 아랫목에 앉아 깎아먹는

소중한 간식

 

겨울이 다 갈 즈음

고구마도 늙어서 쭈글쭈글

일부는 생을 다하고 썩어 먼저가기도

따스한 봄날 되면

방안에서 어찌 용케 알았는지

노오란 싹 내밀어 시집 보내달라 졸랐지

 

무 통가리는

마당 한켠에 할아버지 산소 마냥 봉긋

새하얗고 미끈미끈 흰다리 자랑

겨우내 송곳으로 찍어내어

생채기 만들어 먹고

시원한 맛에 깎아 먹기도 하며

가늘게 채썰어 밥 지으면

질죽하고 달큰한 무 밥

갖은 양념장에 비벼 먹는 그맛은............

 

내년 봄 된장 담그기 준비

농사지은 콩 푹 삶아

절구통에 넣고 짖이겨

네모진 상자에 넣고 반듯 반듯 벽돌 만들어

아랫목 시렁에 얹어서는

겨우내 발효시키곤 했지

 

허나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것은

배추김치 담그는 것

산같이 많은 배추 포기 나누어

절임 과정 거쳐서

가진양념 사이사이 넣고는

 

항아리독 정성스레 묻고 그곳에 담아

겨우내 꺼내어 먹고

또한 지져도 먹고 부침해먹고 김치국 끓여먹고

만능의 반찬으로 통하는 김치는

이맘때 최고의 겨울 준비사항 아니었던가 싶다.

 

이제 고구마, 무통가리는 거의 사라졌지만

김장김치 수백년 전통 아직도 고스란히 이어지니

연례적인 대행사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변한점이 있다면

배추 포기수가 좀 줄고

독이 아닌 김치 냉장고가 대신한다는 것

 

오늘은 마을 부녀회에서

정성스레 김치 담그어

독거노인, 경로당 두루 전해주는 모습

우리네 인심 아름다움으로 가득

 

날씨는 비록 차지만

훈훈히 도는 인정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어짐에

코끝이 찡 해온다.

 

올 겨울도 따스히..............

출처 : 산구름님의 플래닛입니다.
글쓴이 : 산구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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