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일상의 마음

보리밭 그리고 군인아들

가든라이프 2007. 3. 24. 01:22

겨우내 시린고통 온몸으로 맞으며

죽은듯 숨죽이며 납작 엎드려 있다가

따스함을 맞아 파릇해지는 요즈음 보리가 가장 예쁠때

 

새악시 같이 수줍음 머금으며

파릇한 모습으로 태어남에

정녕 살아있었구나?

언제 저렇게 자랐지?

겨우내 모진고초 얼마나 많았는고?

사람들은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지

 

혹독하고도 시린 고통을 당하지 않으면 안되는

차가운 겨울의 시련을 거쳐야만  생의 결실을 맺게되는 

신의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하는 작물이거든 

 

사랑하는 아들에게

아빠가 이글을 선물로 주고싶어 적는다

 

훈련병 때를 벗고

드디어 네가 이등병으로 부대 배치를 받았다기에 

그 과정 거침에 있어 많은 고생과 고된 훈련의 시련이 있었겠지만

보리가 긴긴 겨울을 거쳐야만 결실이라는 보배를 선물로 얻듯

너는 또하나의 과정을 거쳐 인생의 결실을 맺을수 있는 과정을 거친 것이야

 

늘 어리광만 부리고

살아감에 있어 여태 늘 쉬운것만을 택했던 너에게

이 어려운 시련은 네생에 어디에서도 구할수 없는

좋은 처방을 받은것 아닌가 싶다.

 

오늘 지나다 보니

봄볕을 받고 자란 보리의 모습과 너와 흡사 많이도 닮았구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리 모습이 지금이거든

파아란 몸짓에다 잔잔하고도 아름다운 줄을 맞춰 정갈하게 자라는 모습

보리밭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순 없지

 

조금을 더 지나게 되면

이삭이 나옴과 동시에 키가훌쩍 커지거든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보리를 보며

이제는 더이상 반가와 하지 않는단다.

 

지금 너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아니 전혀 거치지 않은 세대이지만

그리멀지 않은 옛날

이맘때가 되면 늘 넘기 어려운 보릿고개가 나타나고

날씨는 더운데다 빳빳하게 자란 보리수염탓에

사람들이 보리를 거두는데 무진 고초가 따르지

그리고 쌀과는 달리

꺼칠한 맛에 모두들 보리밥을 싫어 한단다.

 

사람 살이도 마찬가지거든

이제 너도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에서 벗어나게되면

냉혹한 사회의 경쟁대열에 서서

결코 밥맛이라곤 없는 과정으로 싫든 좋든 함께 해야하고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차갑고 혹독한 시련의 훈련은 없지만

수염가득난 얼굴 다듬으며 인생의 까칠함과 힘든과정을 밟아 나가야만 하는 것이란다.

 

여기에서 알아두어야 할일은

겨우내 차가운 시련에다 더하여

사람들이 일부러 모질게 밟아준 보리는

자라서도 결코 쓰러지지 않지만

 

그 시련 겪지않고 편안하고 다복하게 자란 보리는

생의 까칠한 과정인 결실의 계절이 왔을 때

연약한 허리 견디지 못하고

이리저리 쓰러지는 추한 모습을 보이게 된단다

 

아들아

군인의 훈련이라는 기간이 이렇게 중요한 것

그 기간에 충분히 네자신 다져지고 밟아졌을때

일생을 늠름한 자세로 훌륭한 결실을 맺을수 있는 것이야

 

이제 본격적인 군생활로 접어들면서

혹시라도 몸편히 마음편히 하겠다라는 생각을 가져 본적은 없는지 뒤돌아보고

다짐과 각오를 새로이 하기 바란다.

 

힘든 훈련과정은 이미 마쳤고

아름다운 군생활이 끝나게 되면

모질고 맛은 없지만

네 뜻을 펼칠수 있는 드넓은 광장이 나타나게 되는법

 

그때 나약한 모습 보이며 쓰러지거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인생의 낙오자가 되지않기 위해서

지금이 내 생의 가장 아름다운 기간이라 생각하고

늘 스스로 자신을 다듬는데 결코 소홀함이 없어야 할 일이야

 

뒷동산 오르는 코스 옆으로 펼쳐진 보리밭이

오늘따라 참으로 아름다와 보이더구나

 

그 보리 잘 크라며

봄비까지 촉촉히 내리는 늦은밤

아빠의 마음 한없이 좋다

 

그 보리 지금 이시간에도

쉬임없이 자라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