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산을오르며

[스크랩] 어제의 산행

가든라이프 2007. 8. 28. 09:21














 

여명과 함께 성삼재에 올라

초조함과 두려움에 잠시 몸을 떨고는

뿌우연 밤안개 지리산 품으로 빨려든다.

 

머리속은

하아얀 백지장

무작정 앞만 응시하며 달리다 걷다를 반복

 

노고단 산장 다다르니

먼저 도착한 등반객들

아침 라면을 끓이느라 분주하다.

 

산에서 먹는 라면맛

침이 꼴깍꼴깍 하지만

내배낭 전재산 달랑 생수병하나

부식으로 사탕 몇개가 전부

 

먹으러 산에오는게 아니라며

억지로 당당한 척 해보지만

사람의 본능

그를 자제하기에는 ㅎㅎㅎ

내 수양이 너무 짧은것 아닌감?

 

한눈파는 일도 잠시

노고단중계소 빠알간 불빛 뒤로하고

천왕봉 하나로만 머릿속을 채우며

부지런히 달리다 걷다를 반복한다.

 

추월선없는 등산로

난데없는 불한당 나타나서는

길 비켜달라 무언의 강요

 

힘들고 어려운 등산로

비좁은 길 비켜주시며

격려의 말씀까지 곁들여 주시니

황공무지 몸둘바를 모르고

 

런닝팬티차림 작은배낭 하나 달랑 울러메고

이리뛰고 저리뛰는 모습

내가봐도 영 아니다.

 

얼마를 지났을까?

무수히 많은 등반객을 뒤로하고

삼도봉 오르니

장엄한 일출의식 진행중

반가운 마음 벅찬 가슴안고 찬란한 이침해를 맞는다.

 

흥분과 감동도 잠시

잠시라도 지체했다가는

종주 실패로 이어진다는 강박관념속에

다시 달음질

 

뒤따라오던 사람들 환호속에

문득 하늘을 보니

찬란한 무지개가 둥실

덩달아 마음도 일곱색깔이 되어 들뜨고

 

연화천을 거쳐 벽소령 지나며

수없이 많고 많은 돌길

선비샘 찾아

물한잔 깊이 들이키니

세속의 모든것 다 씻은듯 

마음과 몸이 개운해짐을 느낀다.

 

다음은 세석산장이 목표

정말 길고 긴 인내를 시험하는 구간

비좁고 울퉁불퉁한 바윗길

얼마를 걷고 또 걸었을까?

 

드디어 지리산 종주공간의 가장 시원하고 넓은곳

세석평전에 들어서니 눈앞이 환해져오고

그 옛날 선조님들이 이곳을 처음 발견하실제

무어라 감탄 하셨을까?

 

신천지가 펼쳐졌다라며 만세를 부르며 환호하지 않았을까?

 

좁고 험한 공간으로만 이어지던 지리산 능선

이렇게 넓고 장엄한 공간이 펼쳐짐은 정말 신이내린 축복 아닐까?

 

이런저런 상상과 함께 한발한발

늪지대를 거치고 촛대봉을 지나 장터목으로

 

지리산 절경 한껏 고조에 달하고

머얼리 희뿌연 안갯속 천왕봉의 모습

마음을 한껏 설레게 한다.

 

하나 눈앞에 펼쳐진 공간은 지척인데

끝없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

 

몸도 마음도 지쳐만가고

오직 천왕봉의 장엄한 만남 하나만을

머릿속에 넣고 자욱을 담는다.

 

장터목 산장들러 물한모금

오늘 종주의 마지막 코스

눈앞에 까마득한 돌계단이 가로막아섬에

지친몸은 아예 거부할 태세 

 

이제부터는 정신으로 가야할일

질릴까봐 두려워 발끝만 보며 한걸음 한걸음 오르니 

드디어 천왕봉!

 

님을 향해 얼마를

걷고 달렸던가

정상의 시원한 바람과 안개가

쌓였던 피로를 모두 날려주네!

 

감동도 잠시

사진기 꾹눌러 기록 남기고

이제 부터는 하산이다.

 

목표가 있어 오르는 길은

아무리 험해도 한발한발 힘이 붙지만 

내려가는길

한없이 길고 지루함으로 다가옴은

우리네 인생의 길과 다름이 무엇이던가?

 

이 아름다운 교훈

몸으로 마음으로 느낌

정말 소중한 오늘이구나!

 

몸은천근만근

변화무쌍한 일기

정신없이 퍼붓는 소나기

끝없이 펼쳐지는 바윗길

 

말이 길이지

돌사이를 비집어 헤쳐간다라는 표현이 정답

한없이 멀게 이어지는 그길을

얼마를 걷고 또 걸었을까?

 

드디어 중산리!

 

힘차게 내리는 소나기 

종주를 축하하는 박수소리 아니던가?

 

장대같이 퍼붓는 비

몸은 젖지만

마음만은 너무 가볍다.

 

지리산님!

오늘 이제 당신곁을 떠납니다.

 

이다음 가을되면

다시 뵈오러 올께요

 

정말 고마왔구요

늘 그자리에 님이 계시기에 행복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출처 : 산구름님의 플래닛입니다.
글쓴이 : 산구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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