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초의 생
점점이 펼쳐진 백색의 향연
온 들판 가득 꽃 천지를 이뤘지만
누구하나 눈길조차 주는이 없다.
처음에 이곳으로 이사올제
배고픈 백성의 먹이가 되고자 왔으나
천성이 부지런하고 혹독한 환경에도 잘 견디는지라
봄눈 녹자마자 파아란 빛으로 제일먼저 땅을 박차고 나오고
인간들과 짐승들의 모진 학대에도 굴하지 않고
대대손손 집안을 번성하게 키워
온천지 우리들 식구로 가득차게 만드는 기적의 힘
우리 들여온이
가뭄에도 장마에도 굴하지않고 병없이 너무 잘자랐고
사람들이 먹을수 있는 식물이라기에 반겼지만
곡식도 나물도 모두 물리치는 강인함과
아무리 없애려 애를써도 못이기는 그힘에
사람들 두손들고 절레절레 나라를 망하게 할 풀이라하여
이름을 망초라 짓지 않았던가?
억척스러움이 더한 품종은 앞에 개자까지 붙여
개망초라 칭하며 갖은 원망과 함께 우리를 짖밟았지만
낯선 곳 타국에 시집와서
그 온갖 박해 모진시련 다 이겨내고
들판가득 꽃피우며 우리세상 펼쳤지
뜨거운 초여름 햇볕을 벗삼고
이는 바람 동무삼아 이리저리 흔들리며 나부끼는 모습
한폭의 그림이 따로없지 않은가?
얼굴 반반하고 하아얀 모습
제법 눈 홀릴만도 한데
눈길한번 주는이 없이
우리만의 자축 파티 열다 가오
결코 슬퍼함도
또한 화려함도 기쁨도 없이
온세상 하얗게 물들여 주고
좋아하나 싫어하나
이사온지 벌써 수십년
이제는 토박이로 불리워질만도 한데
여전히 곱지않은 시선과 함께
물건너온 못된자식 취급만하니
우리 얼굴한번 뜯어보소
어디하나 못난곳 있으며
어디하나 못된곳 있는지
죄없이 이사와 사는 우리들 미워하지말고
후트러지게 피는 7월초
그 흔한 축제라도 열어줌 안되겠는지요?
요즈음 해외에서 결혼이민 오신분들께
한국 정착 위해 교육도 시켜주고 문화행사도 열어준다 하더이다.
고이고이 모종하고
비료주고 잘 길러달란 이야기 안할테니
활짝핀 우리들 얼굴 배경삼고 친구삼아
함께 노닐다가면 안되겠소?
굴러온 돌, 박힌 돌 구분하지 말고
함께 어우러져 춤도추고 사진도 찍고
그게 다 좋은일 아닐른지...
이사와 수십대 살았으니
우리도 이젠 고향친구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