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싱이 죽
먹다남은 찬밥넣고
파아란 김치 줄거리 넣고
콩나물도 한줌넣고
물을 잔뜩 부어서 삶는다.
양을 늘리기 위해 고구마도 썰어넣고
사람 숫자에 맞춰 한그릇씩 잘도 만들어 내시네
어머님 손은 마법사 손
식구들 배채울 쌀이 없으면 김치나 푸성귀로
맛이 없으면 고구마 넣어서 달큰하게 만드시는 마술
이맘때는 그래도 쌀이 간혹 섞인 밥을 지어 먹을수 있었지만
겨울이 깊어갈수록 아니 봄이 다가올수록 쌀은 점점 구경조차 못하고
보리쌀도 모자라 양 늘리기에 여념이 없으신 어머님
이름하여 갱싱이 죽
점심때가 되어 배가 고프면
쪼로록 달려와 어머님 눈치부터 본다.
먹을 식구가 적고 찬밥이 많으면
고소한 들기름에 김치넣고 볶아주시는 어머님표 볶음밥
입에 넣기가 무섭게 살살 녹는다.
그 반대가 되었을젠 어김없이 갱싱이 죽
양을 늘리자니 방법이 없슴이요
먹기 싫다며 볶음밥 해달라 칭얼대는 아들을 달래며
볶음밥은 소화도 잘 안되고 체하게되면 바늘로 손가락 따야 하지만
갱싱이죽은 절대 그럴일도 없고 시원한게 얼마나 맛있느냐며
끓이신 죽을 손수 먼저 드신다.
하는수 없이 울며 칭얼대며
안먹는다 떼를쓰면 어머님 무릎에 앉혀놓곤
가물에 콩나듯 있는 밥들을 골라 내 그릇에 넣어주시며
주린배를 채워주던 그 어렵던 시절 끼니
요즘 나오는 신세대 갱싱이 죽
정말 갖은 양념에 고소한 콩나물 많이넣고
김치조금 하야얀 쌀을 처음부터 넣어 끓이기에 밥보다 훨 맛있지만
옛날의 구식 원조 갱싱이죽은
찬밥 덩어리 넣고는 더 넣을것이 없는지라
새파란 김치 남은것 넣고 푹 삶아 아니 고아 주시는것
들어간게 부실하니 무슨 맛이 있겠는가 말이다
칭얼대며 먹은 아들을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양식은 하루하루 떨어져 가고
아이들은 정신없이 자라고 속수무책일수도 있지만 마법의 손을 가지신 어머님!
이렇게해서 슬기롭게 어려움을 넘기신 것
나는 지금도 갱싱이죽을 멀리한다.
아니 아무리 맛있는 갱싱이죽도 나는 안먹는다.
어머님과의 그추억 때문에 울음이 나올듯하여 절대 안먹는다.
어려웠던 어릴적 추억음식
너무 아리기에 아무리 맛있어도 입에 안댄다는 표현이 맞을 듯
갱싱이 죽먹던 시절이 있었는가 하면
너무 잘먹어 비만이라며 살빼기에 여념없는 지금
갱싱이 죽
경제가 어렵다하니 새삼 떠올려지는 추억
우리네 삶
그렇게 어려울때도 있었지 않은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