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읍 5일장
가을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
고추와 우리나라 유기농의 산실인 충북 괴산장을 찾았습니다.
마주한 장터의 모습은 역시 빠알간 고추를 큰 부대에 담아 파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커다란 카메라를 들이대니 역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신다.
얼굴은 안 담겠노라 약속하며 한 컷 들이대고 부부가 함께 장터에 나오셨으나 마음씨 좋은 아저씨만 카메라에 별 거부감이 없으셔서 담고 고추 시세를 물으니 한근(600g)에 6,000원 한다며 푸념, 인건비는 시골 할머니도 하루에 6만원이 넘는데 이렇게 실한 고추가 6천원밖에 안하니 시골사람들이 무얼해서 먹고 살겠느냐며 정말 농촌의 경제가 어렵다는 하소연, 고추를 내다파는 농부나 그 고추를 다시 팔아 생업을 영위하는 상인도 가격이 싸다보니 덩달아 어렵기는 마찬가지인가보다.
달랑 세분이 나오신 고추장터를 뒤로하고 도착한 산막이 장터의 모습은 정말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제철을 맞은 야생버섯이 단연 장안의 화제, 최고의 품격을 자랑하는 능이와 송이가 귀빈 행세를 하며 능이는 1킬로에 12만원, 송이버섯은 특품이 25만원을 홋가하고, 심심산골이어서 인지 대물 노루궁뎅이를 선보이고 있었는데 통통한 모습에 새하얀 털 정말 탐스런 미모를 자랑하는 이 자연산 명품은 60만을 달라기에 그냥 물어만 보고 구경만 한 것을 영광으로 삼고 만족했네요.
이어 직접 재배해서 캐어 가지고 나왔다는 연근은 킬로에 5천원씩 받고 있었으며 소득이 높다하기 재배를 했으나 캐는 과정과 손질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하소연 진흙에서 캐는 고된 작업과 하나하나 깨끗이 씻어야 하는 과정이 보통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란다.
그래도 벼농사보다 낫지 않겠느냐 했더니 재배기간도 오래 걸리고 수확도 어려워서 많이들 중간에 포기한다며 대규모로 재배하면 그나마 경쟁력이 있지 않겠느냐 하며 웃으신다.
마침 점심때가 되어 두리번두리번 신선한 반찬을 가게에 진열해두고 무한리필 하며 비빔밥 만둣국 잔치국수를 하는 집이 있어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들어갔다.
보리밥을 시켜서 기다리고 있는데 연신 손님들이 들날날락 꿀벌 드나들 듯 하는데도 주인아주머니는 힘하나 안들이고 그 많은 손님을 혼자 다 감당하고 계셨다.
서울에서 놀러온 일가족은 아예 야채와 반찬에 굶주린 야수처럼 연신 수북이 담아 국수를 말아먹는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 친절하신 주인아주머니 밥 모자라면 더 주시겠다 하시는데 나오는 양이 엄청 많아 결국 밥은 다 못 먹고 반찬만 추가로 더해 게 눈 감추듯 하고는 넉넉한 포만감을 즐기며 나왔다.
영지버섯하면 흔히 물에 끓여서 몸 보양과 해독 작용을 하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요즘은 관상용으로도 소중한 역할을 할 줄이야?
녹용영지라고 자라는 속도도 더디고 모양이 꼭 사슴뿔 같아서 아파트 베란다에 놓고 키우기 정말 좋다며 화분하나 사갈 것을 권하신다.
서울이야 버섯이 귀하지만 시골에 사는 나는 수시로 보는 소품, 자연 그대로 야생에서 즐기기로 하고 한컷 사진으로만 담았답니다.
괴산시장은 화양동계곡 등 월악산 줄기를 품에 안고 사시사철 진귀한 약초와 산야채가 풍성한 고장, 거기에다 농가에서 재배하는 농작물도 친환경 유기농 재배이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행복한 사람들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김장철, 올해는 지독한 가뭄과 무더위로 작황이 다소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잦은 가을비로 배추가 제법 잘 자라고 있어 맛난 절임 배추를 공급할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어 기왕이면 괴산절임배추를 주문해서 올 겨울 김장김치를 담아줄 것을 권해 보면서
이어 쇼핑을 할 차례 야생버섯을 삶아 물에 담가 파는 곳에 들러 1킬로 2만원에 구입, 이어서 번데기 한 됫박 5천원, 만두 한판 5천원어치 사니 삼만원의 행복이 이리도 뿌듯할 수 있을까? 장터에 나오신 아주머니 인심도 후하셔서 덤으로 맛난 괴산 찰옥수수 세통을 주십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한톨 한톨 세며 알갱이를 따먹는 맛, 쫀득하고 정겨운 옥수수를 몸과 마음으로 한껏 즐길 수 있었네요.
언제나 정겨운 재래시장 다음은 어디로 또 향할까하는 기대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