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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뜯기기의 추억

가든라이프 2005. 12. 26. 12:45
재넘어
넓디 넓은 큰 산중에
소를 몰고와서

천하에 아무 걱정없이
소꼬삐를 목에 감아주며
호기까지 부려보네!

네마음대로 가고 싶은곳에 가서
먹고 싶은 풀을 뜯어보라고......

주변에 고구마밭도 수수밭도 없으니
소가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남의 밭에 들어갈 걱정도 없고

풀 또한 무성히 자라서
온 천지가 풀밭 이기에

일찌감치 풀어 놓고는
나는 나대로
소는 소대로 따로 놀았지

어린마음에 이런저런 꿈을 펼치고 접기를 반복하면서
혼자서 땅에 그림을 그리며 놀다보니

어느새 해는 뉘였뉘였 넘어가고 집에갈 시간이네

소뜯기는 하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하며
늘 그랬듯이 소를 찾아
호기있게 몰고 집으로 가려는데

이눔의 소가 간곳이 없네?
아무리 찾아봐도
소가 정말 감쪽같이 없어졌어?

처음에는 느긋하게 있을만한데를 찾아보다

아무려면 집에 갈때도 되었고
오솔길에 나와 있으려니 하며
재넘어 산길을 왔다갔다 두어번을 했는데도
정말이지 소가 없어???

그러는 동안에 소풀베러 왔던 다른 사람들도
거의다 집으로 향했고

개바닥이라고 했나?
골짝 한가운데 평평한 곳에
병삼이 형네 집이 있었고(그넓은 산중에 달랑 그집만 있었지)

그집에 호롱불이 반짝거릴때 쯤이니
이미 사방은 어두워질때까지 어두워졌어

딴짓을 하고 놀았던것을 후회하는것도 잠시
집에 들어가면 매타작+밤중에라도 다시 찾으러와야 할판이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헤메기를 얼마나.....
도저히 찾을길이 없네

그다음 순서로 눈물 콧물 범벅이 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삼이 형네 집까지가서 물어봐도
정말 아무도 본 사람이 없네???????

그때의 막막함과 낭패감, 그리고 두려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고통의 추억~~~~~~~~

하여튼 이리뛰고 저리뛰고를 반복하다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병삼이 형네 집에서 다시 외꼴로 향하는 길은
도저히 무서워서 못올라 가겠고(나이먹은 지금도 거기 돌아서 올 자신없다, 아니 친구들 중 용기 있는자 있음 손들어봐라)

집에가서 매를 맞더라도
그냥 가고서 내일 다시 찾으러 오자고 마음을 먹고는

그래도 안전하고 큰 길인 단전리를 향하여
정신없이 내닫는데

한참을 내려오다보니
누런 물체가 큰눈을 두리번거리며
움메 움메 울고있네

반가움과 원망이 교차하면서
풀썩 주저앉아
소를 붙들고 한없이 울었지

그 밤길을 소와함께 둘이서
단전리를 돌아 서금리를 지나
외골 제일 꼭두막집인 우리집까지 오는 마음은
쉰살이 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집에 도착을 하니
온집안이 난리가 났네

아버님은 재넘어로 향하셨고
어머님은 통곡을 하시고
동생들은 덩달아 울고

소와함께 들어서니
애썻다는 이야기보다
소나 뜯기지 무슨 딴짓하다가
이제서 돌아오냐며
부지깽이로 서너차례 얻어맞고

징징 울며 외양간에 소를 매고
윗방에 들어가서는

오면서 흘린 눈물, 콧물 닦지도 못한채
꿈나라로 향했지

그래도 소를 안잊어먹고 집으로 몰고 왔다는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안고서 말이야.......

재넘어 그 산중에 아들을 보내놓고
밤이 이슥하도록
소도 아들도 안돌아 올때의
부모님 마음.......

자식과 손자를 본 지금에서야
조금은 알듯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