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라이프
2005. 12. 29. 01:23
썰 매
헌 나무판자
공사장의 녹슨 철사
가까스로 구해
동생은 위에서 밟아주고
나는 톱질 못질
자칭
목수되어
열심히 뚝딱댄다.
키만큼 다들어가지 못하고
힘에 겨워 허리를 구부려 드러눕는 못과
지나간
톱길
꾸불꾸불 오솔길이지만
잔솔가지 불지펴 철사 달구고
열심히 망치질하여
번듯하진 않지만
자가용
한대 가까스로 장만했지
얼음판에 제법 잘 미끄러져 나가는
나의 자가용!
세상 이보다 더 큰 기쁨
있으랴?
부실하게 제작된 탓에
철사줄 벗겨지고
구부려진 허리로
간신히 자리잡은 못은 힘이 모자라
잔고장 일으켜
멈춰서기 일쑤지만
함께만든 동생 앉히고
뒤에서 자랑스레 운전해주는 기분
정말이지 이보다 신나는일
있을까?
친구들과 어울려 열심히 달리다.
군데군데 얼음구멍에 빠져서
양말 다젖고 발은 얼얼 감각이
없어
시려운 발 달래주고
젖은 양말 말리려다
측량을 잘못해 태워먹은 커다란 양말
구멍
매타작으로 메울일을 걱정하면서도
마냥 즐거웠던 추억!
그 추억 되살려
영동천에 썰매장
만들고
최신식 썰매 100대를 장만했다.
윗판은 방수합판
밑에 날은 강철칼날
설계도에 준공검사까지 마친
썰매는
정말이지 내가봐도 작품이네?
옛날에 고사리 손으로 만든 자가용 마냥
잔고장으로 가다서는 일 없는
정말로
튼튼한 세단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덩치큰 어른들은
옛시절 그리며 들르고
아이들은
조잘조잘
친구끼리 어울려
잘도 모여든다.
신식 썰매로 신나게 운전하다
조촐하면
옆에있는 포장마차에서
어묵과 컵라면으로 간식을 해결하네?
물끄럼히 바라본다.
저 아이들이 먹는 어묵과 컵라면이
어릴적 우리들이 구워먹던
고구마보다 더
맛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