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어린시절

병아리와 닭

가든라이프 2006. 1. 19. 00:36

 

 

병아리 닭

 

우리집은 토종닭을 길렀다.

더 이상 다른 집도 없고 사방이 널부러진 곳이니 모이를 별도로 주지 않아도 거름자리 헤집고 굼벵이며 풀숲에 뛰어다니는 메뚜기며 골고루 웰빙식을 하며 잘 자라주어 달걀을 낳아주었으며 이 달걀은 귀한 손님이 오시게 되면 손님 대접용으로도 요긴하게 쓰는 소중한 우리들 식구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닭을 어미닭까지 키우기에는 많은 난관이 뒤따랐다.

따스한 봄날 병아리를 까서 어미닭이 데리고 나오면 굴속에서 노리고 있다가 잽싸게 채가는 천적 또한 무지하게 많았으며

봄이 되면 병아리를 지키는 것이 우리들의 중요한 임무였는데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쥐와 족제비 그리고 새조리라고하는 매가 순식간에 채가곤 했다.

특히 어린 병아리는 족제비에 대한 피해가 특히 심했는데 단 한번에 물어 죽이고는 순식간에 자기 집으로 가져갔으며 쥐 또한 병아리는 물론 어미닭 항문을 갉아먹어 피해를 주곤 하였다.

이상한 것은 쥐가 닭의 항문을 갉아 먹어 피가 나와도 아무런 반응 없이 그대로 서있었으며 자칫 사람의 눈에 띄지 않으면 장까지 갉아먹어 죽게 하였고 결국 어미닭이 병아리를 10여마리정도 까서 데리고 나오면 이러 저러한 사유로 제대로 자라는 것은 다섯 마리 정도가 고작이었다.

온갖 산전수전 다 겪고 어미로 자라서 낳은 달걀은 닭 울음소리가 나기 무섭게 우리들이 가서 따스한 기운이 채 식지 않은 노오란 보물을 쌀 단지에 고이고이 모셔 두었고 일정한 양으로 소복하게 모이면 아버님은 짚으로 10개씩 한 꾸러미로 엮어 장에 나가 팔아 고무신을 사주곤 하셨다.

그리고 알을 낳지 않는 장닭은 종자용 한 마리만 남겨두고 귀하신 손님이 오실 때마다 유명을 달리하곤 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