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마음/건망증

책가방메고 등산간 사람

가든라이프 2006. 2. 4. 23:05

 

                                = 남산제일봉 전경(지난해 다시가서 촬영) =

 

 

내친김에 건망증에 대해서

한가지 더 적으려 합니다.

 

어느핸가 성철스님 입적 하신후 얼마 안되어서 였던 이야기로

스님이 입적하신후 다비식에 이어 사리를 일반인에게 공개하여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고

너도나도 해인사와 가야산을 향할때 

 

그때만해도 상당히 젊었기?에 우리는 부부산악회를 결성하고

7쌍의 부부가 한달에 한번씩 걸르지 않고 등산 다닐적의 이야기 입니다.

물론 지금도 그 산악회는 유지되고 있고 두어달 건너 한번씩 같이 산에 오르곤 하지요.

(전설의 고향).

 

 

= 책가방메고 등산간 사람 =

 

해인사를 가는길

우리가 사는곳에서 상당히 멀기에

서둘러 다녀오지 않음 안된다며 새벽부터 일어나 친구들과 함께

부지런히 준비를 마치고 봉고차를 출발!

한참을 신나게 달리다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니 순찰차가 보였고

과속에다 난폭운전했다며 갓길로 나오란다.

 

노련한 우리 운전기사?(친구)

순순히 응하는척 하다 냅다 달려 아슬아슬 붙잡히지 않고 탈출하는데 성공!

떠들며 웃으며 무에 그리 잘한 일이라고 무용담을 늘어 놓는다.

 

하여튼 부리나케 서둘러 해인사를 향했고

무용담에 이어 성철스님의 일대기를 주고받는 가운데

큰스님 만나러 가는데 감히 간섭을 하느냐며 재잘대다보니 어느새 성주........

온 들판 산골다랑이 논까지 빼옥히 들어선 참외 하우스에 탄복하며

길가에서 참외 한상자 사서 싣고는 맛있게 들어가며 주위의 풍광에 젖다보니

웅장한 가야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 보다

앞에있는 산이 훨씬 더 아름답고 또

먼곳에서 해인사를 향하여 성철스님에게 인사를 드려야 한다기에

가야산 앞산인 남산제일봉을  배낭메고 오르기 시작.........

 

얼마나 올랐을까?

산중턱을 지날즈음 목도 마르고

지친다리 쉬어도 갈겸

짊어진 배낭을 내려놓고 음료수를 꺼내려는 순간

 

아뿔싸!

배낭이 아닌 고3  딸의 가방을 메고 산에 오른게 아닌가?

들어있을 것으로 믿었던 음료수는 간곳없고

웬 책과 노트만 수북이 시야에 들어오니........

 

식은땀이 주루룩 흐른다.

 

아니 하도 허탈해서 웃음도 안나온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네?

터덜썩 주저 앉음과 동시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고.

큰딸 전화

세상에 학교를 가려고 보니 가방이 감쪽같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고3 이기에 일요일에도 등교해서 야자를 하는 판인데

분명히 어제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정리해놓은 가방이

아침에 감쪽같이 없어졌다며 울고 불고 난리가 났네?

 

이때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아니 아비된 입장에서 어디다 변명을 해야만 하는가?

쥐구멍이라도 있음 들어가고픈 심정이다.

 

내가 왜사는지 모르겠다.

뒤이어 올라온 옆지기에게 전화기 바꿔주며 자초지종

이야기를 하니 화부터 버럭내며 내려가자고 팽개친다.

 

전혀 도움이 안되네...........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러그러 아비 잘못둔 탓으로 생각하고 

아빠가 빨리 올랐다 집에 갈테니

다른학생과 같이보라고 달래니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말 "아빠 내일 우리 중간고사란 말이야 노트필기한것 거기다 있는데"라며 발을 동동 구른다.

 

하는수 없지 뭐 어쩌냐?

기왕 그렇게 된것 시험 잘치르게 해달라고 성철스님에게 빌고 갈테니 기다려

 

미안허다.

아비체면 도무지 말이 아니네

달래고 달래서 전화를 끊고는 산을 다시 내려갈수도 없고

올라갈수도 없고 눈치만 보는데

어느새 식구는 말도 안하고 사라져 버렸고

같이간 친구들은 배를 움켜잡고 웃는다.

 

으이그~~ 창피 창피

정말이지 이눔의 건망증

절천지 웬수가 따로없다.

 

투덜 투덜

"웬눔의 책가방이 등산배낭하고 똑같이 생겨 먹었담!"

우리 클때 가방은 들고다니는 것만 있었지 등에 메는 것은 없었는데

요즈음은 등산가방인지 책가방인지 구분을 못하게 만들어 놓았으니

내가 이런 고초를 겪는것 아닌가 말이다.

 

괜히 죄없는 가방공장만 원망한다.

아니 이제 넘탓 하는데 이력이 붙었다.

 

봉고차로 같이 왔으니 나만 돌아가자고 해서 될일도 아니고

또 산중턱까지 힘들여 왔는데

그냥 내려가자고 한다는것도 일행에게 미안해서 안되겠고.........

 

에라 도리없다.

책가방 그대로 메고 산에 오르는 수밖에........

앞에서는 혀를 끌끌

뒤에서는 키득키득

정말이지 죽겠네!

 

먹을 음식도 집에다 두고 왔으니

그또한 낭패다.

 

도리없지 뭐 빨리 올랐다 내려오자

먹고 마시는것은 이웃 빈대붙고...........

 

물한컵 주면서도 지천

김밥하나 나눠주면서도 연신 놀려대고

목구멍이 콱 막힌다.

 

그나저나 오늘은 어찌어찌 넘어간다 하더라도

당장 내일부터가 걱정이다.

만나는 족족 놀려댈테니 으이그~~~~

정말 한심하네

아니 죽을 맛이다.

내자신이 원망스럽기 그지없고 어디 먼곳 해외로라도 도망가고픈 심정이다.

 

가급적 친구들과 멀리 떨어지는게 상책이다.

함께간 집사람과도 마주치지 않도록

멀리 떨어져 산에 오를수밖에............

 

그 책가방 메고 산정상에 올라

성철스님계신 해인사를 향해 놓고는

정중히 그리고 간절히 기원

 

우선 우리학생 중간고사 잘 치르게 해주시고

다시는 이런 건망증 없도록 먼곳에서 두루 살펴 주십사 하고..........

 

성주참외 입에 물고 

온 비아냥을 다 들은 뒤 산을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정성껏 기원드린 덕인가?

중간고사도 예상외로 잘치렀다며 딸이 귀엽게 화들짝 웃는다.

 

그봐라 아비 잘둔 덕이지!

너 공부잘하라고 합천 해인사까지 가방 메고가 성철스님께 빌었다는것 아니냐

세상에 그런 아버지 있음 나와보라고 해라.ㅎㅎㅎ

 

그 사건은 두고 두고 나를 괴롭혔고

그다음 부터는 산에 갈때마다  필히 가방 검사부터 받고 올라야 했으며

만날때마다 즐거운 안주가 되었으니..........

 

 그때 봉고차 운전하던 그 친구 4년전 먼저가 있겠노라며

성철스님 계신 그곳으로 향하고

들리는 소문에의하면 그 스님 밑에서 열심히 도를 닦고 있다는 소식이다.

 

늘 등산길에 앞장서고

또 장거리 봉고차 운전 도맡아하며 우리들을 즐겁게 해주던 친구였는데

오늘 건망증을 적다보니 또 그친구가 마음속에 걸리며 그리워진다.

 

교통경찰도 못따라 올 정도로 운전을 능숙하게 한 친구!

그때 너무 빨리 달린 탓일까?

무에 그리 바쁘다고 먼저가서 마음을 아리게 하는가 말이다.

 

건망증으로도 친구생각 잊는것은 해결이 안되네?

정작 잊어버릴건 안잊어 버리고

이눔의 병은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이 물건

싸게 팔아버릴 순 없을까?

아니 거져준다면 어떨까?

그도아님 돈달아 내버리면 누가 주어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