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때문에
망설임끝에
반 강제적으로 끌려 가다시피
김천 마라톤 행사장으로
덜 떠진 눈비비며 하상주차장으로 향하니
회원들이 벌써 많이 나와있고
우리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마중을 나와 북적북적
우리마라톤동호회 정말 대단하구나!
이번에 출사표 던진사람 모두가 나와
반겨주고 즐런하라 격려하며 소중한 명함까지 건네주니
몸둘바를 몰라야 하는것 아닌지
회원들 모두 이미 익숙해진 탓인가 무덤덤
차량 몇대에 분승해서 김천으로 향했고
바람도 시원한 날씨
과히 어려움없이 완주할 수 있으리라
나눠준 김밥과 찰떡을 우물우물
잠시 차창에 한눈을 파는사이
어느새 경기장에 도착하고
올가을 전국체전 준비가 한창인 경기장에
제법 많은 건각들이 먼저와 스트레칭에 여념이 없다.
요즈음들어 10킬로 달린적도 없는 나
아침으로 뒷동산 오르기가 전부인 나이기에
게으른 내모습에다 정말 한심한 건각
이왕 신청할거면 풀코스 뛰어야 직성이 풀린다며
풀 배번을 앞에달고 어정어정대는 내모습이 정말 가관이다.
걱정이 안되는것도 아니어서
하프로 배번을 바꿔 달고 달릴까
훌끔훌끔 회원들의 눈치를 보니
풀배번 바꾸자고 나설 사람 눈 씻고 봐도 없고
정말 큰일이다.
에라 마음편히 먹고 하프까지만 달리고
그다음은 회송차타고 오리라
완주가 전부더냐?
못한연습 한다라는 생각으로 부담없이 달리자
출발을 하면서 이내 걱정은 사라지고
건각들 틈에끼어 동료 회원과 농담까지 주고받으며
즐겁게 달리는데
시원한 바람에 적당한 온도
이러한 날씨면 운동만 열심히 했음 신기록을 내는데도
문제 없을 것 같다
지난 3월의 동아대회때 얼어죽을뻔한 이야기
추억의 웃음으로 나누며
동행주자와 호흡을 맞추니 즐겁네
하프 거리가 가까와 오고
새로 장만한 유니폼이 몸에 안 익어서
계속 스치며 애를 먹인다.
중간에 의료 자원봉사반이 있나 두리번 두리번
에어파스 뿌려주는 사람만 있지
대일벤드 가지고 있는 봉사자는 하나도 없구만
어찌어찌 하프 반환점 1킬로 앞두고는
이제 공짜로 연습 안하고
풀코스를 달리려는 참담한 내모습이 보이기 시작
다리는 천근
날씨도 점점 더워지고
땀은 비오 듯
당초 계획한 하프코스 반환점도 제대로 못돌게 생겼다.
가까스로 마음과 몸을 추스려 반환점을 통과하고는
훌끔훌끔 뒤를 돌아본다.
회송차 오면
미련없이 그 신세 지리라
그 차를 타는 것 정말 대단한 결단이요 용기라 안했던가?
아무리 돌아봐도
오라는 차량은 안오고 뒤져오던 건각들
무심히 추월해 지나가 마음 상하고
처음에 달리며 정말 좋다던 날씨는
이내 정말 절망적인 뙤약볕
연신 흐르는 땀에 머리가 다 얼얼할 정도
으이그~~~
무슨눔의 날씨가 이모양새냐?
벌써 여름이 온것도 아닌데
정말 너무 덥다 더워
연습 안한것 생각은 안하고 연신 날씨 탓하며
달리다 걷다를 반복하다보니
25킬로를 넘어서고
하나 둘 동료들이 생기며 저윽이 위안이 된다.
걷다뛰다 하는것도
혼자하면 약오르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그또한 할만하고 괜찮은게 이 운동 ㅎㅎ
어쩻든 회송차만 오면
후회없이 타리라
오늘 내가 목표한 하프는 벌써 지나지 않았는가 말이다.
아무리 돌아봐도
반가운 그차는 보이지 않고
꼴찌 주자의 초라한 모습에
앞서간 주자들이 물 초코파이 바나나도 다 잡숴하고
텅 빈 급수대를 지날때의 비애감이란
힘들어 죽겠는데다 물조차 없으니
원망이 하늘을 찌른다.
꼴찌 그룹은 사람도 아니냐?
정말 너무들 하누만
온갖 상념 양념삼아 달리다 걷다를 반복 하다보니
어느새 종착점이 다가와 간다.
이제는 회송차가 와도 절대 안탄다.
오기가 있지 굴러가도 다섯시간안에는 들어갈일
이것도 하나의 추억 아닌가?
열심히 걷자
그리고 힘나면 다시 달리자
그생각 하며 무심히 걷는데
회송차가 요란한 음악을 울리며 다가서고
트럭에 짐짝처럼 실려진 건각들
무슨 죄인이라도 되는양
고개 푹 숙이며 풀이죽어있는 모습
비록 걷지만
저차에 타지않는 나는 당당한 사나이 ㅎㅎ
거의 막바지에 다다를 즈음
75세의 할아버지가 자세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달리시며 나를 추월
저 할아버지 보다 못한 내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열심히 할아버지 뒤에 고개를 숙이며 따라가는데
오기도 한계가 있지
이내 거리는 멀어졌고
다시 걷기로 변환
뙤약볕에 바람 한점없는 날씨가 원망스럽고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 숨조차 쉬기 힘들다.
정말 날씨가 너무 하누만?
웬눔의 날씨가 한여름을 방불케 하느냐 말이다.
다른사람들은 같은 날씨에 끄덕없이 달리지만
연습 게을리한것 생각 안하고
괜한 날씨 원망만을 늘어 놓는데
그 지긋지긋한 지옥의 레이스
출발점이자 골인점 아치가 보이면서
비록 꼴찌그룹이지만
당당히 그곳을 통과하는 내가 자랑스럽다.
이맛에 마라톤 하는것 아닌가!
이글을 쓰는 지금도 얼굴은 홍당무
열기는 덜 식어 후끈후끈하지만
그 열기만큼이나 마음도 훈훈
연습없이 달리는 마라톤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가를
톡톡히 교훈으로 전해받은
오늘 하루 아니었나 싶다.
더불어 수많은 원망을 해댄 날씨님........
골인해서야 철 들음에
주루내내 원망한 마음 사죄도 하고
고통스러웠던 오늘의 완주
조용한 미소가 흐른다.
내일은 비가 온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