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제
비가 내려야 하는데
비가 와야 모든게 해결 되는데..........
애타게 기다리다 못한 동리사람들이
절로 우루루 몰려간다.
우리마을 제일 높은곳에 위치한 자그마한 암자
그 암자의 할머님이 동리의 어려움을 곧잘 해결해주시고
정월이면 1년간 신수를 보아주시기도 하며
마을의 재앙이 닥치면 마을 우물에서 빌어주시고
또한 당신이 거처하시는 곳에서 백일 치성을 드리며
간곡히 마을의 안녕과 사람들의 건강함을 빌어 주시곤 하셨기에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그곳으로 몰려가 사정을 하게 되고
이래저래 치성드릴 날짜를 잡던
절에서는 손없고 정갈한날로 정해
시루떡과 양초와 육포를 준비해 떠난다.
장소도 가장 물이 많은 계곡으로 정해서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동리사람들이 뒤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정성껏 기우제를 지내는데
꼬박 한나절이 다 지나도록
온갖 정성 다해 치성을 드리고
비를 내려 주시길
간절히 또 간절히 기원
뒤에서있던 사람들도
앞에서 절 하면 엉거주춤 따라서 열심히 따라하고
비를 모셔오는 의식을
정성스레 지낸 효과를 본 것일까?
기우제 끝나고 돌아오는길
멀쩡하던 날씨가 갑자기 캄캄해져오면서
소나기가 앞을 분간 못할 정도로 심하게 내리고
반가운 비
정말 반가운 비가 온세상을 가득채울 기세로 퍼붓는데
이제는 정말 해갈이 되나부다 하는 마음도 잠시
그비는 소낙비되어 잠시 흐르고 이내 다시 햇볕이 내리 쬐임에
사람들의 갈증은 더해간다.
정말 우리 절집 할머님은 용하기도 하셔
벌겋게 불이라도 붙을양 이글지글 내려쪼이던 햇볕이
기우제를 지내자마자 소나기를 내려부었지 뭔가?
정말 올해 풍년이 들게되면
다 그 할머님 덕으로 알고 공양을 잊지말고 해야겠다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아지고
모내기 늦어지는 농부마음
바싹 바싹 타들어가기를 얼마
드디어 장마철로 접어들어서
끊임없이 비를 퍼붇는다.
양수기 하나없던 그시절
하늘만 보며 한탄하던 그시절에
기우제를 지낸다 뭐한다하며 애간장을 다 태우던
그 어려움 지금은 까마득히 먼 이야기로 변해 버렸고
산골짝 다랑이논은 묵은지 오래되어
물푸레 나무가 하늘을 가리네
그곳에 살던 농부님네들
모두 떠난 자리에
마당에 풀이 수북히 자라더니
어느날 지붕이 무너지고
벽체조차 잡초에 가려지니
보기싫다
면에서 보조금 주어 포크래인 들이대고는
모두다 헐어제끼고 반듯한 평지로 만들어 버렸다.
초가삼칸에 마당까지
정말이지 큰 공간 이었었는데
지금보니 그곳에
그많은 식구들이 누워잤는지
아님 앉아서 밤을 지새웠는지
정말이지 손바닥만 하네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리는
장마철 맞아
아이러니 하게도 기우제 지내던
그시절 그 추억이 추녀밑 코앞에서 맴돌며
마음을 스산하게 한다.
그땐 모두가 참 어려웠지
하지만 그때는 집집마다 정이란 보물
창고에 가득했지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