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마음/건망증

초대따로 참석따로

가든라이프 2006. 9. 17. 22:15

 

 

모처럼 한가한 휴일

가을비 부슬부슬 내리고

날씨가 맑았으면 등산 가려 했는데

모든게 수포로 돌아가고

 

어제 힘들게 일했으니

오늘은 만사 제치고 푹쉬는 휴일로 결정

 

친구가 와서 목욕 가자기에

그도 좋겠구나 싶어

부시시 다라나섰는데

 

목욕탕에 들어섬과 동시

 

아차

오늘 예식 있는것 잊을뻔했네?

 

산에 갔더라면 또 허둥지둥 할뻔 했구만

비가 오기를 정말 다행이다

 

건망증과 함께사는 내가

기특하게도 잊지 않고 생각해 냈다는 사실에 혼자 감명

 

부지런히 목욕을 마치고

친구와 좀더 느긋하게

냉온탕과 사우나를 번갈아 다니며 즐기면 좋으련만

정오로 예정되어있는 식장에 적어도 10분전에 가야

눈도장 찍을것 아닌가?

 

그렇다고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 서둘러

목욕탕 나서니 

우중충 비내리는 분위기와는 사뭇다른 개운한 기분

 

집에 도착하니 남은시간 겨우 15분

정신없이 정장 갈아입고 넥타이 메고 봉투 챙기고

점잖은 하객 되어 예식장으로 향하는데

 

어?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네?

아무리 비오는 날이라지만 

입구부터 북적북적 차량이 꼬리를 물고

시간에 늦을새라 조바심 내야 하는건데

 

밀리는 기색커녕

전혀 분위기 조차 못느낄 정도

 

주차장에 올라서니

차들이 띠엄띠엄

텅빈 공간되어 눈앞으로 다가선다.

 

내가 너무 일찍 도착했나?

 

분명히 집에서 15분정도 남겨두고 왔으니

5분 달려왔다 치고

지금이 가장 혼잡할 시간인데...............

 

이상하다?

너무 분위기가 썰렁하네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데

사람들 없는것은 물론이고 문조차 잠겨져 있네?

 

아차차!

뭐가 잘못되었어도 한참 잘못되었구나

 

부랴부랴 집에 전화 해서는

청첩장 있는곳 알려주며 찾아보라하고

장소를 잘못 알았나?

아님 시간을 잘못알고 왔는지......

황당함과 함께 초조함속에 답신을 기다린다.

 

식구들이 온집안을 전부 다 뒤지다시피해서는

간신히 초대장 찾아내 보니

 

오늘이 아니고 어제가 예식이란다.

황당함이란, 대충얼버무리는 성격에다

건망증이 잘 조화된 결과 아닌가 말이다.

 

한심하기란

정말 내자신이 밉다.

 

다리에 힘 빠짐과 동시에

원망이 물밀처럼 밀려오고

정신없이 매고온 넥타이

나를보고 비웃듯 잘도 흔들린다.

 

이 황당함

나는 왜이리 작은것에 치밀하지 못할까?

 

청첩장 받아들고 날짜만 확인

장소를 제대로 안보던가

장소만 머리에 넣고

날짜를 흘려버리기 벌써 몇번인가?

 

추적추적

가을비는 내리고

예식장에 올적 가쁜함이 모두 납덩이되어

착잡한 무거움으로 어깨를 짓누른다.

 

비나 내리지

바람은 왜 불어서

사람의 심기를 이렇게 흐트려 놓는지 모르겠네

ㅉ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