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마음/마라톤

[스크랩] 빗속을 달리며

가든라이프 2006. 11. 5. 17:32

 

일요일 아침

다른때면 느긋하게 늦잠을 자는게 일상

하지만 오늘은 바쁘기만하다.

 

일찍 일어나 두리번 두리번

달리기위한 갖가지 용품 챙기기에 바쁘고

 

어느정도 다 갖췄다 싶어 시계를 보니

벌써 8시가 다 되었네

 

8시에 만나서 달리기로 했으니

밥한술 먹을 시간도 부족

정신없이 몇숫갈 뜨고 밖으로 나서니

 

에이 다 틀렸다!

바람 부는데다 비까지 한방울 두방울 떨어지네

 

망설이는것도 잠시

둘이 눈빛을 마주치니

그대로 강행하자는 눈치

 

그래 비맞고 달리는것도

하나의 운치렸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벗삼아 한참을 달리는데

내리는 비만 가지고는 우리네 앞길을 막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이번엔 천둥 번개를 동반하여

빛도 번쩍 소리도 귀를 째는듯한 굉음

아무리 완전무장을 하고 왔어도 좀 으시시 하다

 

이런땐 서로 말을 안하고

묵묵히 앞만보며 달리는게 상책

괜히 말을 건넸다가는

중도포기할 확률이 커지기 때문

 

장대같이 내리는 비를 헤쳐가며

앞만보고 달린다.

 

간간히 번갯불이 가까운데서 치는 듯

하늘 갈라지는 소리

 

지은죄는 없지만? 하여튼 으스스

이제는 눈을 못뜰 정도로 비가 내리고

바람도 이에 질세라 세차게 몰아치는데

 

아무리 각오를 단단히 했다지만

이건 좀 너무하네

 

둘이서 얼굴보며 싱긋 웃고는

다시 앞으로 앞으로 향하는데

 

얼마나 지났을까?

세차게 내리던 비 어느새 멈췄고

밝은 햇살을 곁들인 따스함은

우리들의 앞길을 축복해주는 듯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

자못 환상적인 분위기까지 더해주어 발걸음이 가볍다.

 

길가에선 빠알간 사과

나무마다 가득가득 버티고 서있는게 힘들 정도로

많이도 달렸네

 

감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감들이

가을의 운치를 한껏 더해주고

마음 같아서는 잠시 쉬어 홍시하나 따들고 감 좋겠다

 

이런저런 생각하며

목적지에 거의 다라를 즈음

이제는 산길을 올라야 한다.

 

더이상 뛰는것은 불가능 빠른 걸음으로 오르는데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단풍

양탄자를 걷는 기분이 이보다 좋을리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정상에 다다르니

시장기 가득 초코파이 두개씩을 나눠먹고

물한모금 길게 마시며 산천을 품는다

 

만산홍엽에 가득찬 산

나보다 더 부자인 사람 이세상에 없을듯

 

돌아오는 길

마음은 가볍고 좋은데

다리에 피로는 점점 더해가고

쉬어가자는 다리와 그냥 가자는 마음과의 싸움을

적절히 견제해가며

 

그 멀고 먼길을 돌아오니

다섯시간반 걸렸네

출처 : 산구름님의 플래닛입니다.
글쓴이 : 산구름 원글보기
메모 :

'몸과마음 > 마라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휴일 마라톤  (0) 2006.11.26
[스크랩] 울트라마라톤  (0) 2006.11.13
대청호마라톤  (0) 2006.09.25
달림이  (0) 2006.09.21
가을산천  (0) 2006.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