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아버님!
내게
늘 엄하시던 아버님!
꾸중 하시고
돌아서 눈물 흘리시던 여리신 그모습
제눈에 선합니다.
아버님은 자식에게
한번도 들키지 않으셨다 하실겝니다.
태어나실때부터 약하신 몸때문에
남보다 힘든일 못하심에도
자식 위해
밤낮 한여름 뙤약볕 마다 않으시고
들로 산으로
일생을 보내신 아버님!
행여 남에게
도움이라도 받았을라치면
갚음을 놓칠세라 조바심하던 아버님!
술 담배 친구로 두심에
담배 친구에 폐암 앓으시고
술 친구에 종래 정신까지 놓으셨던 아버님!
천성이 착하시어
어려움도 많이 처하시고
한평생 남에게 싫은소리 한번 못하신탓에
밤새 몸으로 앓으시며
마음고생 하시던 아버님!
약주 빚어 이웃과 함께 나누다
숱하게 단속 받으시고
어려운 살림 벌금까지 안으시며
숫한 인생의 고난과 애환을 함께하신 아버님!
막내아들 가져온
순하고 비싼담배
고맙다 받으시고는
아까움에 그 담배 못 피시고
순해서 맛이없다는 핑계
싼담배로 수북이 바꾸며
마냥 즐거워 하시던 아버님!
용띠로 태어나심 인가요?
뱀과 유달리 친하셔서
운명적인 만남을 두번씩이나 거치시며
비만오면 늘 후유증으로 시달리시던 아버님!
비탈진 뒷산
굽이진 고갯길
오로지 당신 혼자서
겨우내내 곡괭이와 삽으로 일구심에
동리사람들 그당시는 농삿길
지금은 등산길로 요긴하게 만드신 아버님!
안좋으셨던 건강탓에
환갑 넘기시면서부터
오신길 다시 돌아갈 준비 하심에
고향 당산에 묻히시기 소원이셨으나
행여 자식들에게 누가 될세라
가까운곳 방갓터에 유택 장만하시고는
먼저가신 조상님께 죄스러워 하시던 아버님!
술 담배 친구하시며
한시도 떨어짐없이 친하게 지내시다
그 둘에게 배반 당하시어
해악과 독으로 무차별 공격해옴에
속수무책 무너지시며
임종을 몇달 앞두고는 결국 그들과도 작별
빈몸 되시어 훌훌 떠나신 아버님!
불쌍하신 아버님
해마다 찾아오는 오늘은
당신께서 이세상에 계신 마지막 날이셨습니다.
영정 모심에
예나 지금이나 근엄하신 모습 변함없으시지만
이세상 안계심이 안타깝습니다.
향초에 실과 전 올리고
아버님
애타게 불러봅니다.
대답이 없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