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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의 순정

가든라이프 2006. 2. 23. 23:04

 

 

 

= 갈대의 순정 =

엊그제 일요일

뒷산 등산길에서 만난 

한무리 갈대

 

초가을에 은빛물결

늦은가을 비단물결

초겨울에 무명물결

한겨울에 눈꽃물결

늦겨울에 수염물결

이른봄에 듬성물결

 

군데군데 머리는 빠지고

하늘 거리던 옛모습 감춘채

초라하고 파리한 모습

먼하늘 바라보며

앙상하고 초췌함에다

 

올곳이 서있기도 버거워

잔잔한 봄바람에도

이리휘청 저리흔들

힘없이 나부끼는 모습

 

비단같던 자태 다 어디가고

누렇게 탈색된 몸과 마음에다

머리칼조차 듬성듬성 제갈길 찾아감에

벌거숭이 몸둥아리 

잔바람에도 이내 움추리고 시려온다.

 

이몸이 지고나면

틈실한 아들띨 태어나

내뒤를 이을테지만

 

무심한 세월에 흩날리는 내모습

웬지 세상을 다준 느낌

 

진달래 개나리 친구들아

너희들이라도 일찍와서

흉하고 초라한 내모습 감추어 주렴

 

한때는 내모습에

품에 안기어 함께 기록으로 남기자며 부대끼고

악착스런 연인

행여 남이 좋아할세라

무지막지 낚아채 가져가기도 하더니만

 

지금의 내모습

관심조차 두지않고

무심히 지나치니 서럽다.

 

갈대 친구가 너무 불쌍하여

앞에서서 말 걸어보기도 하고

다가가서 부벼보기도 하며

도닥여 주기도 해 보지만

세월의 흐름에 감각마져 무디어진 탓일까?

 

무심한 바람타고

거친 숨소리만 토해낸다.

 

내일모레 비내리면

더더욱 늙어질지 몰라

영정사진으로 남기고자

셔터를 눌러대니

 

이내 공허함!

 

하늘 하늘 갈대의 마음

내마음도 함께 실어 가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