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생각의걸음마

그리움

가든라이프 2007. 4. 21. 00:39

 

 

고요한 산골짜기 그림같은 집에

평화로운 노부부 무엇하나 부족함없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할아범 6.25전장에 몸소 참전 하셔서 혁혁한 공 세우시고

남진과 북진을 거듭하시다 전쟁이 종료될 무렵 그만 총상을 입고

의병제대 하셨지만 아들딸 6남매 다들 훌룽하게 두시고 다복한 생활 누리셨습니다.

 

장성한 아들딸 모두 객지로 나갔지만

노부부 서로 아끼고 보듬으며

평화로운 삶을 살아오셨구요.

 

이 아름다움 시기라도 하심인가요?

복사꽃 피는 봄이 오기전

할머님께서 먼저 저세상으로 가시고 말았답니다

 

외로이 홀로 계시는 할아버지

몸이 불편하심에도 행여 할멈이 돌아오실세라

오늘도 대문밖을 서성이고 계셨습니다.

 

낯선이의 방문에 반가이 맞아 주시며

더듬더듬 커피폿트 찾으셔서 차를 손수 끓여내오시고

몸둘바 몰라하는 우리네 한사코 붙잡아 두시려 하시며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던중

 

그때까지 영문 모르던 우리네

할머님이 안계심이 궁금하여 여쭤보니

잠시 아들네 집에 다니러 가셨다라며 눈자위 눈물 그렁그렁

행여 들킬세라 애써 감추시는 모습

 

눈치없는 내자신을 탓하고 후회하며

모르는척 해드리고 일어서려는데

술한잔 하고 가라며 한사코 붙드시더니 소주와 맥주를 내놓으십니다.

 

안주가 구운김밖에 없어 미안하다라 하시고

당신은 좀전에 한잔 하셨다면서

한사코 우리네에게 권하시기 두어잔 마시고

죄스러움 금치 못하며 집을 나왔지요.

 

대문밖까지 배웅해 주시는 할아버님 아니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노병 어르신

사람이 그리워 못내 아쉬워 하셨고

모처럼 방문에 너무 좋아 하시는 모습이셨습니다.

 

전쟁터에서 수없이 많은 사선 넘고 넘으신 할아버님이시지만

할멈 먼저 보내신 지금의 마음과 몸

어쩜 그때보다도 훨씬 더 힘드시지 않을까요?

 

돌아서는 발길

죄스러움 납덩이되어 떨어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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