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일상의 마음

[스크랩] 우리 선생님(스승의 날)

가든라이프 2007. 5. 16. 17:24

 

온 대지 가득

아카시아향이 퍼지던 날

그리운 선생님 뵈오러 갑니다.

 

 자식보다 늘 제자들을 사랑하셨고

가정에 앞서 학교를 생각하셨으며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아이들

헤진옷을 입고오는 아이들 때문에

늘 마음아파 하셨습니다.

 

한겨울 책가방메고

 헐레벌떡 등교할제

 운동장 조회에 나가시며

난로가 위험하니 남아서 불 지키라 하시며

 언몸 녹히도록 해주시던 선생님

 

퇴임하셔서도 제자들 곁에 계시며

어려움 있을세라 힘든일 있을세라 보듬어 주시며

제자들의 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시던 선생님

 

그 선생님께서

몇해전 대수술을 하셨습니다.

 

이후론 항상 주머니를 차고 계셔야 했고

퇴임하시고도 제자들보다 더 정정하시던 모습은

어느새 간곳 없으시고 야윌대로 야위시어 힘들어하십니다.

 

매년 찾아 뵈옵지 못하고

스승의날 알량한 꽃바구니 보내드리며

제자로서의 책무를 다했다?는 위안을 삼던 우리

 

연로하심에 꽃을 보심도 좋으시겠지만

그보다 꽃처럼 젊은?

제자들 얼굴 보여드리는게 좋겠다싶어

스승의날인 오늘

아카시아향 그윽한 그길을 달려 갔습니다.

 

언제나

환히 웃으시며 반가이 맞으시는 모습

역시 우리 선생님이십니다.

 

불편하신 몸에도

손수 차를 끓이시어

 제자들에게 내 놓으시며

너희들도 이제 많이 늙었다시며

제자들 나이들어감을 마음아파 하시네요

 

하나하나 어릴적 크던모습

크고작은 그 모든것 잊지도 않으시고

정말 어쩜그리 기억력도 좋으신지요?

 

시골집 부모님 안부하며

직장의 먼길 출퇴근하느라 고생이 많겠다라

걱정하시는 모습에 제자는 마음이 아려옵니다.

 

마음같아서는

하루종일 앉아 응석도 부리고

또 그옛날 다 못배웠던 그 많은 것들

보충수업 강의 들으며

응석  부리면서 

종일 머물렀으면  

하는  생각 굴뚝입니다마는

현실의 고달픔은 잠시의 여유도 허락칠 않네요

 

선생님!

아카시아꽃보다 더 많은 꿀을 저희들에게 전해주셨고

매서운 회초리를 주심으로 이렇게 자랐습니다.

 

늘 인자하신 성품으로 저희들을 바로세우는 지주목 되셧기에

하나 비뚤어짐없이 곧게 자랄수 있었구요

 

선생님께서 바라시는

틈실한 큰나무로 자라지는 못했지만

작아도 곧게 자라 자기의 영역을 형성하며

산과들을 지키고 있습니다.

 

선생님!

오늘 뵈오니

웬 주름살이 그리도 많으세요?

 

그속에는

저희들이 만들어 드린것도

무수히  많지요?

 

깊게 패이도록 걱정 끼쳐드리고

애타게 마음 졸이시며

바른길 인도하시려 고생하신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못난 저희들

선생님 주름살 펴드리기는 커녕

아직도 철부지들 이랍니다.

 

선생님!

업어드리고 싶네요

 

하지만

눈물이 날것 같습니다.

 

너무

가벼우셔서요

 

죄송합니다

 

건강하세요

아프지 마시구요

 

출처 : 산구름님의 플래닛입니다.
글쓴이 : 산구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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