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밤차를 타고 구례역으로 향하며
장엄하게 펼쳐질 공간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득
서대전역에서 두사람이 열차표를 구입
아뿔사 예약을 안했더니 한장의 표밖에 좌석이 없단다.
새벽 3시반에 도착해서 종일 산을 타려면
열차에서 얼마라도 눈을 붙여야 하는데 정말 큰일
백방으로 수소문 해보지만 없는 좌석이 만들어질리도 없고
별 도리없이 한사람은 앉고 한사람은 서가기로
우선 내가먼저 좌석에 앉아 눈을 붙이나
미안한 마음과 함께 지리산에 오르는 설레임으로 좀체 잠이루기가 쉽지않다
어찌어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좀 붙였다 싶어 눈을 뜨니 한시간이 채 안지났네
조금더 붙이고 나서 교대를 하리라
긴장한 탓인지 잠을 연장하기 쉽지 않더니
깜빡 졸았나 보다 새벽 한시반
부리나케 교대를 하려 찾아보니
출입문 부근에서 용케 공간을 차지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꾸벅꾸벅 졸고있네
일어나 교대하자 하니
한사코 불편해도 괜찮으니 그냥 자리에 앉아 가란다.
그래도 그게 어디
반반씩 고생을 해야지
먼저 앉은것도 좀 미안한데.............
억지로 우겨 차안으로 들어밀어 넣고는
신문지위에 앉아 덜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려니
아예 꿈나라 가는길을 포기하고 있는데
옆에 계신 할아버님 여수까지 가신다며 얼마나 남았느냐 계속 물으신다.
불편한 자리에서 그 먼길을 가려니 얼마나 힘드실까?
아직도 족히 서너시간 이상을 달려야 종점인 여수에 도착하실텐데............
무어라 대답도 못하고 엷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는데
힘드신 모습이 역력하다.
열차는 남원을 지나 구례역을 향하고
나는 목적지에 다가온다는 기대감 옆에 계셨던 노인분은 더는 못참으시겠는지
좌석이 펼쳐진 열차 안으로 들어가시네
마음씨 좋은 젊은이라도 만나셨음 좋겠다
새벽 3시반
드디어 목적지인 구례역에 도착을 했고
열차안이 텅 비도록 사람들이 빼옥히 내린다.
모두들 등에 배낭을 잔뜩 짊어지고
그리던 지리산을 향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묵묵히 내려 걷는데
역을 나서니 택시기사분들이 성삼재를 합승해 가자며 열심히 부르신다.
하지만 그 유혹에 넘어갈? 산사나이들이 몇이나 될까?
제일 먼곳에 서있는 마을버스로 우루르 사람들이 몰리고
호객하던 택시 기사님은 허탈함에 물고있던 담배연기 꼬리만 길어진다.
버스에 오르니 1000원만 내란다.
정말 택시보다 요금이 무지싸네?
하지만 그 착각도 잠시 시외버스 주차장까지 가는 요금이 그렇고
그곳에서 다시 지리산 성삼재까지는 3,200원을 더내야 한단다.
가만 따져보니 택시나 버스요금이나 별로 차이나는것도 아닌터
4명이 합승하면 같은 요금인것을
친절하게 다가 오셔서 산까지 모시겠다는 성의를 매몰차게 뿌리친 마음이 무겁다.
시외버스 정류장을 거친 버스 지리산으로향하고
잠시 졸다보니 어느새 그리던 성삼재에 도착
예전에는 입산통제에다 국립공원 이용료를 받느라 들어보내지 않았는데
지금은 별 통제도 없이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곧바로 산행이다
시원하게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들어가며
랜턴의 희미한 불빛에 의지 묵묵히 걷다보니 어느새 노고단에 도착
중계탑의 반짝이는 불빛이 반갑다며 인사하는듯하여 정말 정겹네
사람들 모두 본격적인 산행을 앞두고 장비점검등으로 분주한 모습을 뒤로하고
우리는 당일 종주를 마쳐야 할 일정때문에 정신없이 앞서나간다.
다른이들마냥 뒤에 키보다 더큰 배낭을 맨것도 아니고
숙박 준비가 안된 관계로 자칫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낭패를 볼수도 있는일
작은 배낭에 런닝에 팬츠를 걸치고는 조금이라도 평탄한 길을 만나면 정신없이 달린다.
곁에서 산을 즐기는 사람들 한편으로는 부러운 시선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정신나간 사람 취급하는이들도 좁은길 비켜서주시며 양보에 감사 인사를 하며
달리다보니 머리에 달았던 랜턴이 필요없게 되었고 장엄한 해오름 천하를 다 얻은듯한 감명.......
운무가 펼쳐진 산하 장엄하고 포근한 지리산의 정기를 품으로 느끼며
정말 오기를 잘했구나
아름다움에 연신 감탄사가!
하지만 한가롭게 여유를 즐길수있는 처지가 못되기에
정신없이 대달리기를 얼마 나뭇잎에서 후두둑 후두둑 비소식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정신없이 쏟아지기 시작하네
엊그제도 비가 많이 내려서 산행을 통제했다던데
비맞아서 힘들고 감기걱정하는것보다 모처럼의 기회에 타의로 인해 중도포기 하게되지 않을까
걱정이 산
산속에서 하는 걱정은 정말 산으로 다가오네
얼마를 가다보니 비는 잦아들어 이슬비로 바뀌었지만 좀체 그칠 생각은 없는듯 하다.
주변이 온통 흰운무로 가득하니 그 아름다운 풍광 한치앞 내다볼수 없음이 정말 안타깝네
하지만 통제 안당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일이다.
연화천을 거쳐 벽소령에 도착하니
먼저온 팀들이 새벽 두시에 출발해서 이곳에 당도해 있노라며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우리가 4시50분에 출발해서 합류를 했느니 어지간히 달리기는 달렸던 모양이네
그분들도 마라톤을 하시고 울트라까지 하시는 분들이기에 반가운 인사와 함께 서로의 격려를 보내고는
다시출발 이제는 세석산장을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야
지난해 이코스에서 정말 힘들게 지났기에 미리부터 각오를 단단히 한다.
길고 지루한 돌산길 헤쳐헤쳐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보냈을까?
시원한 물이 사시사철 나와 오가는 산행인들을 즐겁게 해주는 선비샘이 반가이 맞아주어
목을 추기면서 한숩 돌리는데
부부가 함께 산행을 하는 산악인이 도착
카메라로 서로의 모습을 촬영해주며 작은 농담과 함께 여유롭고 정겨운 산행을 즐기시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고 부럽기만 하다.
무슨 철인이라고
당일 종주를 마쳐야 한다라며 정신없이 허둥대는 우리둘의 모습이
초라하기만 하네
머무름도 잠시 또 정신없이 산길을 재촉하길 얼마
이윽고 장엄한 공간의 세석산장이 눈앞에 나타난다
지난해 가을에는 이곳에서 1박을 하며 산행을 즐긴 관계로 오늘몫이 끝나는 산행이었는데
지금의 산행은 아직도 갈길이 멀기만 하니 원
시계를 보니 12시가 조금 넘었고 둘이 한 모퉁이에 앉아 점심을 먹는데
차가운 김밥에 빵 몇조각을 넘기려니 너무 초라한 마음과 몸이다.
옆에서 버너로 라면을 끓이는 그 풍요?로움이 정말이지 왜그리 부럽기만 한지
염치 불구하고 국물 한모금 얻어마셨음 싶은 생각이 굴뚝같네
한가이 다른생각 할 틈이 없다라는 생각에
천근만근되는 몸을 부추겨 다시 출발
세석산장 넓은 평원의 그 공간이 왜그리 멀기만 한지.................
이윽고 평원을 지나 다시 내리막길을 거쳐 장터목으로 열심히 목표인 천왕봉을 향하는데
한무리 우리들의 차림과 비슷한 이들이 눈앞에 다가온다.
보아하니 천왕봉을 거쳐서 다시 성삼재까지 가는 지리산 왕복 종주자들
벌어진 입 다물기가 쉽지않다.
저들이 도데체 사람인가 아니면 달리는 기계인가?
우리네는 지금의 상태가 고행길이 된다라 생각하는 판인데 벌써
천왕봉을 돌아서 이곳을 지나치고 원점으로 달려간다니
그저 경이로울 따름
천근만근되어가는 다리를 끌고 부지런히 내딛다보니 평지가 나타났다 싶더니만
장터목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당일 천왕봉을 올랐다 내려가는 이들로 인해 항상 붐비는 장소
간식으로 다시 빵 몇조각을 입에 넣고는 물이 모자란데 산장에서 계곡쪽 밑으로 50여미터 내려가야
하는데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게 내키지 않아
마른 목 그대로 천왕봉으로 향하고
끊임없이 내리던 비도 이제는 뜸하고
천왕봉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줘도 좋으련만
운무에 가득찬 영산은 우리들 마음과는 영 거리가 먼 듯
돌로 가득한 마지막 코스를 힘차게 밟고 올라서니
드디어 민족의 영산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 표식판이 보이고
드디어 종주를 해낸것 만가지 힘들었던 부분이 한순간에 다 날아가고
뿌듯한 성취감이 가슴으로 들어온다.
기념사진 한장 촬영하려 얼마를 기다린끝에
드디어 차례가 왔고 이곳에 다녀갔다는 표식을 남겨둘수 있었다.
풀린다리를 다잡고 중산리로 내려오는 그길
왜그리 멀고 지리하기만 한지............
빗물을 머금은 돌들은 사람의 운동화를 이리저리 밀치기 일쑤
무릎과 종아리의 아픈 근육을 이끌고 내려오다
돌에 미끄러져 다리에 찰과상
지리산 종주 기념 치고는 좀 가혹한것 아닌가
원망과 함께 주의를 게을리한 내자신을 질책하며 당도한 중산리
시원한 물과 함께 머리도감고 발을 씻으며 마음속 고마움 표시
두다리님 수고했네 늘 고생을 시켜 정말 미안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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