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산을오르며

추석오후

가든라이프 2006. 10. 7. 09:08

 

 

 

추석 오후

밀물처럼 밀려왔던 가족들

올망졸망 조카들까지 모두 썰물되어 빠져 나가니

텅빈 공간 허전함으로 눈앞에 확 닿는다

 

귀성길이다 뭐다해서

가히 전쟁 치르다시피 고향 찾고는

정해진 시간에 조상님 차례 지내고

산소에 가서 인사드리고

후딱 다시 각자 삶터로 향한 것

 

오면서부터 갈길 걱정

짐 챙겨 부리나케 일상으로 내달리는 모습

 

왜이리 정신없이 사는겔까?

고향에 올때 여유 즐기러 온것 아닌가?

 

그 푸근함 즐기기 보다

매여진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우리네 삶

어쩜 결과는 오늘같이 공허함 아닌가

 

이래저래 그 공간 메꿀겸

나도 처가에나 다녀오리라

 

딴엔 짐챙기고 시간 재어가며 준비

서울방면으로 열심히 달리는데

마음과는 달리 백리도 못가 발병이 난다

 

달리고 싶은 마음에

힘좋은 차 든든히 심장소리 요란히 울려대지만

현실은 주차장!

 

아무리 준비가 잘 되있고

힘찬 진동소리를 냄 무슨소용

별수없이 회차하여 돌아오는데

 

핸폰 요란스레 울린다.

 

친구가 심심해 죽겠다며

산이라도 가자하네

 

그것도 산삼나는 자리를 알아봐 뒀다나 뭐래나 하며

함께 하기를 부추긴다.

 

침이 꼴깍

자못 구미가 당기네

 

그래 그도 좋을터................

집에 도착해서 다시 짐을 챙긴다.

 

등산준비 소주한병

안주간단까지 마무리

배낭메고는 다시 산으로

 

입구에 들어서니

밤농사가 풍년이다

 

바닥이 벌걸 정도로 가득히 떨어진 밤 줍다보니

어느새 산삼 캘 생각은 먼 곳으로

 

그래 산삼은 친구가 캐고

나는 확실한 확률로 수확을 챙길 수 있는

 

아니

내 수준에 맞는

밤을 택하리라

 

작은 배낭 가득

밤을 줍고는 빙그레~~~~

 

그제서야 뭐가 빠진듯

서운한 마음에 다시 산에 오른다.

 

혹, 눈먼 산삼 있을른지도 모르는 일 아닌감

풀섶을 이리 뒤지고 저리 뒤져보지만

 

이미 소식 전해들은 산삼 식솔들

아주 먼곳으로 이사가고 피난가고

종적조차 감추고 없네?

 

그래 아름다운님아

당신 만날 생각 애초부터 없었고

하찮은 아마추어 심마니인 나를 만나서도 안될 일

 

귀하신 몸 꼭꼭 숨어 잘 사세요

그리고 이곳은 동리와 가까와 번잡하니

 

혹여 이곳에 사시거든

내년 봄 되기전 짐 싸서

구중산골 안전한 곳으로

피난가셨 좋겠네요 ㅎㅎㅎ

 

친구가 장담하던

귀하신 산삼님은 못 만났지만

배낭가득 알밤 식솔들 달그락 달그락

발걸음 옮길적마다 울리는 소리

너무좋다 ㄹㄹ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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