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홧가루 날리던 날
아버님 어머님 모습인가 해서 놀랐습니다.
노오란 현기증 안고
아버님 밭에서 종일 누렁이와 함께 하셨고
어머님은 산으로 달려 가시어
고사리랑 취나물이랑 뜯어오셨죠
뻐꿈대 찔레순 함께 가져오셔서
올망졸망 우리들에게 내놓으셨습니다.
자주색 꽃무리 그 대궁
맛있게 먹는 우리보며
한우쿰씩 가슴 도려내셨지요.
모진 보릿고개
긴사래 구비진 골만큼
아버님 주름 패이셨고
어머님 당신의 쭈글쭈글하신 젖무덤
볼품없이 더 낮아지는 하루하루였습니다.
먼산 진달래 지고
뻐꾸기 길게 여운 남기며 울제
노고지리 높다랗게 날며
파아란 보리밭 이리저리 흔들리던 날
길고도 아득했던 그 고개
자식들 눈망울 희망 담아 넘으셨는데
고갯마루 넘으시곤
두분모두 안보이시네요
어렵고 구비진길
당신이 다 짊어지시곤
행여 짐될세라 훌훌 떠나셨나요?
구비진 마른나무 곁에앉아
목놓아 부릅니다.
아시나요?
들으시나요?
메아리조차 없으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