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일상의 마음

어머님아버님

가든라이프 2008. 5. 6. 00:51

 

 

송홧가루 날리던 날

아버님 어머님 모습인가 해서 놀랐습니다.

 

노오란 현기증 안고

아버님 밭에서 종일 누렁이와 함께 하셨고

 

어머님은 산으로 달려 가시어

고사리랑 취나물이랑 뜯어오셨죠

 

뻐꿈대 찔레순 함께 가져오셔서

올망졸망 우리들에게 내놓으셨습니다.

 

자주색 꽃무리 그 대궁

맛있게 먹는 우리보며

한우쿰씩 가슴 도려내셨지요.

 

모진 보릿고개

긴사래 구비진 골만큼

아버님 주름 패이셨고

 

어머님 당신의 쭈글쭈글하신 젖무덤

볼품없이 더 낮아지는 하루하루였습니다.

 

먼산 진달래 지고 

뻐꾸기 길게 여운 남기며 울제

 

노고지리 높다랗게 날며

파아란 보리밭 이리저리 흔들리던 날

 

길고도 아득했던 그 고개

자식들 눈망울 희망 담아 넘으셨는데

 

고갯마루 넘으시곤 

두분모두 안보이시네요

 

어렵고 구비진길

당신이 다 짊어지시곤

행여 짐될세라 훌훌 떠나셨나요?

 

구비진 마른나무 곁에앉아

목놓아 부릅니다.

 

아시나요?

들으시나요?

 

메아리조차 없으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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