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마음/마라톤

오늘 내가 간 길

가든라이프 2008. 11. 23. 22:03

 

 

 

 

 

오늘도

이길을 무심히 간다.

 

언제 누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길로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지만

생각없이 발길 닿는대로 간다.

 

저길 슬피울며 간사람도 있을게고

환희에 차 즐거운 콧노래 부르며 간사람도

둘이서 낭만을 주고 받으며 사랑으로 거닐기도 했으리

 

같은 길이지만 이곳을 지나는 사람의 모습

각각의 상념속에 즐거움 슬픔 길에 쏟으며 지났으리라

 

오늘 우리는

길고도 먼길을 간다

 

그저 목표도 모른채

어디를 가는지도 모른채

길이 있으니 길따라 간다 할수밖에

 

인생의 여정

길을 가기에 희로애락이 있겠지

그런거야 그렇고 말고

 

오늘 마라톤대회 참석 했었거든

길이 원망스럽고 힘듦을 느껴본것 또한 처음이었어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

가야할 길은 아득히 먼데

두눈에 펼쳐지는 공간 한없이 이어지고

 

숫자로 잘라놓은 길

하나하나 줄이는게 차라리 지옥이었지

 

천근만근 무디어지는 다리 달래가며

길좀 줄여달라 사정해가며 죽을 힘을 다해 달렸지만

골인지점 아득히 멀기만 하고

 

달리기는 커녕 걷기도 힘든 내모습

갖은 비애를 다 삭히며

한발두발 내디딜 때

 

더이상 길 욕보이지 말고

편안하고 시원하게 달려줄테니 차에 오르란다.

 

빠알간 소방차 다가서며

"그냥 더 가실래요? 웬만하면 그냥 오르시죠?"

참 친절하기도 하네

 

눈물나게 고마운 말이지만

그 기분 참 고약하더구만?

그래 내가 차신세까지 져가면서

내갈 길을 줄여야 한단 말인가?

 

태고에 이길 만들어 놓은사람

42.195km 숫자로 사랑스레 표시해준 사람

그사람들 고마움을 생각해서라도

두발로 완주해야 하지 않겠느냐 말이다.

 

의지는 의지이고 현실은 현실

더이상 말듣지 않는 두 다리 원망하며

눈물을 머금고 그만 차에 오르고 말았어

 

평소에 연습 게을리 하고

힘든일을 한꺼번에 하자며 막 부려먹으니

부실한 두다리 파업으로 맏서는 건 당연한 일

 

무슨말로 어르고 달래며

힘들더라도 완주 하자며

주인 행세를 한단 말인가?

 

그래 도리없다

이다음 잘 달려주면 되지 뭐

그때 우리 잘 준비해서 다시오자 응?

 

길만든 사람

길준비 한사람

그길을 잘 이용해서 완주 한사람

모두 다 죄송할 따름

달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오늘 내가간 그길은

저처럼 아름답고 낭만적인

그길은 아니더이다 ㅉㅉㅉ

'몸과마음 > 마라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트라마라톤사전주  (0) 2014.09.19
구름과 산의 이야기  (0) 2010.04.10
마음을 달리며  (0) 2008.01.20
[스크랩] 달리며 생각하며  (0) 2007.10.23
[스크랩] 달리며 생각하며  (0) 2007.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