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일상의 마음

고향

가든라이프 2010. 4. 11. 21:34

 

 

 

파아란 하늘

굽은 감나무 하나

주인잃은 폐가는 긴 침묵에 잠기고

나그네만 외로이 흔적을 찾는다.

초가지붕을 스레이트로 바꿀때 얼마나 마음이 설레였을까?

캄캄한 호롱불에 의지한채 살아가다 대낮같이 환한 전기가 들어왔을때 세상을 다얻은것 같지 않았을까?

불과 몇십해 되지 않은듯 싶은데 세상은 저만큼 멀리 달아나고

낡고 헤지고 피부가 벗겨진 슬레이트 석면공포다 뭐다해서 특정폐기물이라 터부시하고

쓰지않는 전기선 카메라맨 시야에 눈엣가시 역할만 톡톡히 해댄다.

이봄에도 저 감나무에 어김없이 새순 돋고 뽀오얀 감꽃이 피겠지?

가을되면 빠알간 홍시가 주렁주렁 열려 먼저가신 주인님 그리워 할꺼야

고요한 산천

다 버리고 떠난 공간..............

먼저 집떠난 나어린 주인 

도시라는 마력에 빠져 돌아올 기미가 없으매

홀로 남아 한평생 고향과 집을 지키시던

고개넘어 팔밭에 곡식심어

이고지고 나르시다 허리굽은 어머님 

더이상 지킬 힘없어 다시 오지못할 먼길 홀연이 떠나셨지

고향.....................

힘들고 서러울때 늘 마음속에 자리잡아 힘이 되어주던 내고향

감나무만 홀로 덩그러니 세대주되어 집 지키고

주인잃은 액자는 마루 한켠에서 먼지 뒤집어쓰고 뒹군다.

그액자 내용은 일심(一心)

며느리 시집오면서 가져온 곱디고운 마음에 섬섬옥수 수놓은 작품

액자에 넣어 툇마루 정면에 두고

들며날며 보았던 가족들의 소중한 이정표

그마저 버리고 머얼리 떠났다

마음잃고 주인잃은 적막한 고향

정말 이 고향을 어찌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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