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골 =
그들이 사는
자그마한 산골
아지랑이 벗삼아 봄오고
구비구비 비탈길위에 얹혀진 손바닥만한 밭
누런소 앞세워 쉬엄쉬엄 골켜며
모양도 가지가지
생긴대로 논둑 만들어
요리조리 도랑내곤
골짝 찬물 그득 그득
곡식이라도 채운양
부푼 농부의 마음
아름답고도 넓다.
진녹색 풍광속의 여름
골골이 켜둔 밭에서
콩이랑 참깨랑 키자랑
몸집까지 불려가며 으시대고
궁둥이 돌릴 틈조차 없는 다랭이 논
논누렁에 앉아
후렴 매기는 이 하며
기역자 굽히고 열심히 모내는 이
풍년 기원하며 꾸벅꾸벅 인사하는 모습이
뒷 종아리 실한 기둥삼아
한편의 역사를 적어 내려감이라 하겠네!
푸른고개 넘어서니 어느새 가을
황톳길 닮음인가?
온 들판 누런물결 치장하고
골골이 수수랑 고구마 많이도 달렸네
가지꺾고 골후비는 농부님네
알알이 열리고 달려있음을
하늘에 감사하고 땅님에 절하며
정성스레 거두는 마음
한껏 넓기만하다.
한켠한켠 빈틈없이 심어진 벼
나이들어 세상물정 담음인가?
이는 바람 이리저리 부대끼며
고개숙이고 긴긴 사색에 잠기다보니
어느새 농부님네 곶간이네?
위세높은 찬바람 움추리는 겨울
아랫목 뜨끈히 불 지피곤
주신선물 감사하며 이웃과 도란도란
긴긴 밤 이야기속에 파묻힐제
소리없이 다가와 내린눈
두터운 흰이불 속 함께 잠들고
먼 산 부엉이
정든산골 내려다보며 긴 여운으로 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