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생각의걸음마

감자탕

가든라이프 2006. 3. 23. 23:16

모처럼 일찍 집에 들어와

식구들을 기다리니 하나둘씩 둥지로 몰려들고

큰애가 입맛이 없다며

저녁으로 감자탕을 시켜 먹잖다.

 

그도 좋겠다 싶어

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톨톨터니

 

천원짜리까지 몽땅 다털어도

삼만원이 채 안된다.

 

다 받기가 미안했던지 만원 한장 도로 놓으며

감자탕값이 그리 비싸지 않단다.

 

전화번호부를 뒤져 감자탕집마다 이리저리 전화를 해보지만

배달이 되는집은 하나도 없네?

 

하는수없이 집에있는 냄비를 들고 감자탕을 사러가는데

밖에 나와보니 둘째딸이 어느새 급한 볼일이 있다며 차를 가져가서 헛탕

 

자기차로 가자며 큰딸 자동차 키를 가지러 들어가더니

한참을 기다려도 도무지 나올 생각을 않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시 들어와보니

다른데 간곳없고 방안에 놓은것 같은데 키가 없어졌단다.

 

함께 들어와 이리저리 집안 곳곳을 뒤져보지만 찾는데는 결국 실패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키를 꼽아논채로 그대로 차에서 내린것 

차속에 얌전히 꽃혀있는 키를 방안에서 찾으니 나올턱이 있나?

 

그아비에 그딸 아니랄까봐 건망증까지 닮아서 고생이누?

쯧쯧 이 모든게 아비 잘못둔 탓 아니겠는가.

본의가 아니지만 정말 미안하다.

 

그런건 물려주지 말았어야 하는데.............

 

한참 뒤에 둘째딸 도착

차로 기어이 시내가서 감자탕 사오고

다시 끓여 입으로 향할때는 9시가 다 된 시각

구수한 냄새와 함께 정말 감자탕 맛 일품이다.

 

배가 고팠던 탓에

뼈에 붙은살 갖은묘기 다부려가며

큰짐승이 작은 살점하나 얻어먹겠다라고 애쓰는 모습

조금은 한심하면서도 그 기막힌 맛에 정신을 놓고

 

그속에 들어있는 감자와 시래기 건저먹는 그 기분

햇 감자이어선지 달큰하면서도 약간 파근거리는 맛

시래기의 담백하면서도 향긋한 맛

 

정말 글로는 다 표현이 불가능하네?

 

얼마를 정신없이 뜯었을까?

옆에놓은 빈그릇에 수북이 뼈가 쌓이고

너무 늦은 저녁 탓에 과식을 했다라고 느끼며

뒤로 주춤주춤 가재기듯 물리고나서 즐기는 포만감

정말 세상 부러운게 하나도없다.

 

이 맛있는 감자 그 값이 올해는 정말 너무싸

최근 몇년들어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되어 농민들이 울상이라는는 소식에다

 

TV에서는 9시뉴스에 미국산 칼로스 쌀이 밥상용으로

정식 통관절차를 밟아 들어온다는 소식 

생존권 위협을 느낀 농민들의 사활을 건 집단시위모습을 보며 

속에서 불같은게 울컥울컥 솟아오른다.

 

정말 이시대 농사를 짖고 계시는 농업인들

가장 어려운 시련을 맞고 계신것 아닌가?

 

식량자급 외치며 통일벼 심어 증산하자고 외치던때가 그리 멀지은 엊그제 같은데

500년 숙원인 자급자족 이루고 점차 걸음마 뗄정도의 수준에 오르는가 싶었지만

이내 국제화의 개방물결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힘들어 하고 있는모습

정말이지 안타깝기만하다.

 

우리네 농촌모습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지 이미 오래고

가진 땅덩어리조차 적은 나라이어서 가뜩이나 어려운데 

미국과 같은 대규모의 기업개념의 농사가 밀려오니.............

 

그렇다고 수십년씩 농사만을 알고 살아온 사람들

하루아침에 전업을 할수도 없는 일이며

규모를 늘려 경쟁력을 갖추고자 해도 현실 또한 여의치 못한 실정

 

우리도 일정기간 세월이 흐르면

자연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추며 당당히 대응을 할수 있으리라 확신 하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실앞에선 정말 아득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현실로 볼때

마냥 문을 걸어잠그고 쌀만은 안된다며 외칠수도 없는일.............

 

먹거리는 장차 무기화 되었을시 엄청난 파장으로 다가오고 국내의 생산 기반이 무너졌을경우

우선 국민들이 먹고살수 있는 기본 식량문제가 직결되는일로

젊은이의 이농현상에다 이중 삼중고로 갖은 어려움을 겪고있는

농업인들에 대한 숙제풀기 좀체 쉽지 않은것 같다.

 

우리가 사는세상

더불어 함께 잘 살아야 하는 명제 

아주 기초적인 상생의 관계 나눔의 미학으로 다가서줌이 어떤가 싶다.

우리감자 하나라도 더팔아주고 식탁에 올려 건강도 챙기고 농업인들도 도와준다라는 생각을

가져야만 할일이며 라면보다 우리쌀을 애용함으로써 기로에 서있는 농업인도 돕고

안정적이고도 확실한 식량 안보를 지켜 나가야 할것 아닌가? 

 

너무 많은 비약을 한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갖지만

늘상 상대방의 어려움을 함께 이해하고 돕는게 결국 내자신을 돕는 일이라 싶다. 

 

우리농업의 냉혹한 현실에 대한 아픔

감자탕 상념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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