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어린시절

추억의 감

가든라이프 2006. 2. 1. 23:31

 

 

 추억의 감

우리집 앞마당에는 커다란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리고 뒷마당에도 앞마당 것만은 못하지만, 나이는 어려도 제법 달리는 나무, 그러니까 두 그루가 우리집 소중한 과수로 자리 잡고 있었고

다른 집은 하나도 없는데 우리는 두개나 갖고 있으니 감나무로 치면 별로 남에게 뒤지지 않는 살림살이 아니 부잣집에 속한다 하겠다.

허나 그 감나무는 봄에 정말이지 하늘이 안보일정도로 많이 달렸다가도 여름철 장마철을 채 못 넘기고 알밤정도 크기만 되면 어김없이 다 빠져버려, 감나무가 있는것으로 만족해야만 했고 가을철 탐스러운 홍시와 곶감은 아예 바랄수도 없었으며

그래도 알밤보다 조금 더 커서 빠지는 것이 많아 장독대에 올려놓아 물러지면 먹거나 소금물에 담가 삭쿼 간식으로 먹었고 다른 집에 없는 감나무가 우리집에 있다는 사실을 늘 자랑으로 여겼지!

그러나 우리네 삼형제가 먹기에 그 감들은 늘 모자랐고, 마당에 감이 빠질때쯤에는 5백여미터 정도 산골짝을 오르면 밭뚝에 감나무가 지천인 명구 아저씨네 감나무가 있었다.

그곳에는 감이 제법 많이 달렸고 품종도 지금 와 생각해보니 둥시로 제법 굵어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꽤나 들락날락할 값어치가 있었으며, 어린 우리들에게 이 나무는 정말이지 충분한 노력의 보상을 해주곤 했지

운좋을때는 한 소쿠리 그득 담아 올 때도 있었고 떨어진 게 별로 없어도 우리집 감나무에서 거둔 것 보다는 두세배가 족히 넘는 양 그것도 한꺼번에 다 떨어지지 않고 오랜 기간을 두고 바닥으로 내려 앉아주는 고마움을 보여주어서 정말이지 지금까지도 잊지 않고 늘 감사하다는 마음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어 뒤척이는 동생을 채근해 깨워서는 찬이슬을 맞으며 감 주을 욕심으로 소쿠리 옆에 끼고 달렸고

조금이라도 늦을라치면 이웃에 있는 또래의 친구들이 먼저 도착하고 그리되면 어김없이 빈손으로 돌아와야만 하기에 있는 있는 힘껏 정신없이 내닫는다.

이때쯤이면 감나무 밑은 그야말로 우리들 발자욱으로 마당이 되어 반질반질, 하나 남김없이 전부 주웠고 억세게 운 좋은날은 그 옆에 있는 호두나무에서도 반갑다라며 몇 개씩 우리를 향해 던저주어 제법 고급스런 선물을 안기곤 했으며, 이 호두는 보물이라도 되는 양 소중히 입맛만 다시고 별도 보관해놓았다가 겨울철에 귀한 친척이 오면 자랑스레 꺼내 나누어 먹곤 한 기억이 생생하다.

이렇게 감나무는 어릴 적 우리들의 소중한 간식을 내려 주시는 정말 고마운 나무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쯤 많이 늙으셨으리라!

그간 못 찾아뵈어 궁금하기도 하고, 고맙다는 인사도 드릴 겸 엊그제 고향  등산길에  애써 찾으니, 산으로 변해 버린 그곳.......

 감나무님 이사를 가셨는지,  늙어 돌아가셨는지 흔적조차 찾을길 없네?

그간 내자신의 무관심, 후회와 함께 죄송스런 마음에 몸둘바를 모르겠고

못내 아쉬움과 회한에 젖네!

올 봄에 자그마한 감나무 하나 사서 심을 요량이다.

그 나무............ 

그시절 그 맛을 내게 가져 올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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