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어린시절

진달래 먹고

가든라이프 2006. 2. 7. 22:42

 

 

진달래 먹고

 봄철이 되면 우리는 마냥 즐거웠다.

 보리고개가 다가올수록 주린배를 움켜쥐어야 했지만 그래도 매서운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되었고 지천으로 널려진 삐삐,잔대,진달래를 먹을 수 있기 때문

 초봄에 제일먼저 피는 진달래!

 방 뒷문을 열고 먼 산을 바라보면 연분홍색으로 수줍은 듯 지천으로 피어나는 진달래가 우리들을 유혹한다.

 동리 친구들과(친구래야 전체 대여섯명 정도밖에 안되지만) 동산을 올라 서로 경쟁하듯 한 아름씩 진달래를 꺾어 모아 모아놓고는 게걸스레 입으로 향하고 맛은 약간 시금텁텁하지만 주린 우리네 배를 채워주는 정말 아름다운 꽃 색이 짙은 것, 얕고 가녀린 연분홍색을 띠는 것, 종류도 다양하고 새큼한 맛도 약간씩 달랐던 것으로 기억되고

 진달래가 거의 끝나갈 무렵 바로 삐삐가 나온다.

 흔히 띠 풀 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삐삐는 조상님들의 산소 등 양지 바른곳에 흔히 나며 잔디와 비슷하면서도 키도 크고 하늘하늘 연녹색을 띠며 좀처럼 씨를 말리기 어려운 풀로 번식을 위해 봄철에 통통히 알을 배어서 나오면 그것을 뽑아 먹는데 달콤하고 연한 것이 제법 먹을 만 하다.

 하지만 이리숨고 저리숨고 알이 밴 것을 찾기 또한 쉽지 않아 그것으로 배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양이 부족할 밖에 .........

 아무튼 우리는 무덤 주위를 돌며 열심히 뽑았고 뽑은 것은 연필을 쥐듯 가지런히 하여 들고 다니며 먹었던 기억이 늘 새롭다.

 삐삐가 지나고 나면 잔대와 도라지가 나온다.

 잔대와 도라지는 비슷하지만 잔대는 아린성분이 없고 순하여 즉시 캐서 먹을 수 있고 역시 양지바른 곳에 나면서 무덤덤한 맛으로 뿌리를 캐서 먹었다..

 운이 제법 좋으면 소 뜯기다 그래도 대여섯 뿌리를 건지지만 한정된 지역에서 매일 노는 곳이다 보니 그마저 흔치가 않다.

 손가락 굵기의 잔대를 캐서는 껍질을 벗기고 하얗게 들어나는 속살 지금도 그맛을 느낄수 있을까?

 잔대가 떨어지면 먹을 것이 없어진다고?

 그럴 리가 있나?

 뻐꿈대가 있잖은가 말이다.

 엉겅퀴 종류의 이 꽃은 꽃대가 유난히도 길어 이것을 꺾어 껍질을 살며시 벗기고 먹을 때의 그 맛! 즐겨본 사람 아니면 감히 상상도 못할게다.

 지금은 뻐꿈대 먹는 사람 없지만 그때 지천으로 널린 뻐꿈대는 먼곳으로 이사를 갔는지 구경하기조차 쉽지않다.

 그다음에는 정말 후드러지게 핀 아카시아 꽃, 만인이 알고 모두가 좋아했던 꽃으로 아이나 어른 할 것없이 한우큼씩 입에 물고 달콤한 아카시아 향내에 다 꿀이 합쳐지는 즐거움을 맛보았고, 가지 채 꺾어와 밀가루를 약간 뿌리고 푹 삶으면 그 자체가 꽃떡이 되었으며 소주에 꽃을 담아 진달래와 함께화주로 즐김도 정말 일품이었다.

 그 꽃이 지고나면 찔레순이 우리를 즐겁게 하는 등 우리는 철철이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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