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울타리 근처
옥수수가 자란다.
여린 녹색
하늘하늘 자라던 그 어린것이
이제는 장성하여 수염도 기르고
허리도 꼿꼿이 해서는
하늘을 찔러볼양
삼지창을 고추세우고
파아란 그곳을 향해 열심히 휘둘러 댄다.
봄내 자라던 보리
농부의 손길에 모두 거두어져
곶간으로 향했고 다 거둔 그 자리에
잔상의 싹들이 파아란 모습
제철 기억도 못하는 분수어린 보리싹
여물지도 못할 운명 아는지 모르는지
제법 많이도 올라와 있네
모종할 날을 기다리는
들깨 아이들 옹기종기 모여
얼굴 부비며 잘도 자라고
보송보송 솜털 가득안은 참깨가족
제법 귀티가 나는 품위를 갖추고
열과 오를 지어 정연히도 자란다.
고구마 친구도 열심히 몸을 불리는데
밭두렁 고갯마루 넘어가며
온밭을 가득 채울 기세로
기고 또 기는 연습
하루도 쉬지않고 하네
한여름 농부님네 고단해도
논두렁 밭두렁 둘러보며
자랑스런 애들 자라는 자라는 재미에
굽은허리 고추세우고
다가와서는 요리보고 조리보고
귀여움에 입맞추곤 한다.
한여름 7월
사람이나 동물이나 너무더워 힘들다지만
우리네 먹여 살리는 곡식들
자고나면 커지고 뒤돌아보면 다시 자라고
연신 쉬임없이 이 여름 즐기며
청춘을 불사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