報恩邑 장터
삼고초려의 길이었을까?
한번은 날짜를 잘못 잡아서 장날이 아닌 날 방문해서 허탕을 치고
한번은 한창 농번기인때 찾아가서 사람들 없는 장터를 돌다왔고
세 번째 만에 찾아간 장터는 그간의 고충을 헤아리기도 한양 풍성한 모습으로 반가이 맞아 주어 기자를 들뜨게 하네요.
명절 대목장 답게 시가지 중앙 통로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주차할곳이 없어 장터 주변 빙빙 돌기를 몇 번 아쉬운대로 시장과 멀리 떨어진 귀퉁이에 안전하게 애마를 모셔 놓고는 본격적인 보은 5일장 헌팅에 나섰습니다.
보은은 원래 세조가 피부병을 고친 은혜에 보답하는 내력이 있어 온몸에 난 종기를 치료하고자 속리산 법주사에 이르게 되었으며 이곳에 온 세조가 어느 날 시냇가에서 목욕을 하는데, 보살의 화신인 미소년이 나타나 곧 병이 완치될 것이오 하고 사라지고 세조가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과연 병이 씻은 듯이 나았으므로 속리산에 와서 피부병을 고친 은혜를 갚는다는 뜻으로 이곳을 보은이라 하였답니다.
아름다운 전설이 전해지는 이 고장 보은읍은 1,6일장이 열리고, 특산물은 뭐니뭐니 해도 보은대추 하지만 보은 5일장에는 대추가 보이지 않으니 아이러니 할 수밖에, 수확기에 맞추어 열흘정도 축제가 열리는데 한해 수확한 대추의 90% 이상을 이곳에서 다 팔고 집집마다 제사용으로만 조금 남겨 둔다는, 그리고 청정 고장의 맑은물과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자란 한우가 유명하며 속리산 자락에서 자란 온갖 산채들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살찌게합니다.
장터의 모습은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순박한 시골 인심과 함께 설날 대목을 맞은 사람들, 카메라를 인식할 틈도 없이 물건 사고팔기에 정신이 없고, 오랜만에 장터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연신 안부 묻기 바쁘네요
붕어빵 포장마차에 들러 다짜고짜 사진부터 한장 담고 보니 눈치가 심상치 않기 서둘러 2천원어치를 주문하니 점잖게 빵을 구으시던 주인장 사진은 제발 찍지 말라며 엄중한 경고를 내리신다.
시골 아주머님 네분이 앉아 지난 이야기를 해가며 맛나게 드시는 모습이 정겨워 귀동냥을 해본다. 십여년전 이웃에 살며 너무 신세를 많이 지셨고 오늘 정말 모처럼 만났는데 붕어빵으로 대접해서 어쩌냐며 안절부절 못하시는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붕어빵이라며 우리가 이렇게 만난게 중요하지 먹는게 뭐 그리 중요하냐며 도란도란 지난날 이야기를 나누신다.
소박하고도 정겨운 이야기를 듣자니 코끝이 찡 해오고 사람살이 이게 정답이거늘.....
5일 간격으로 열리는 시골 장터에 모두 나와 서로의 안부도 전하고 작은 음식이라도 함께 나누는 소중한 문화이고 우리네 아름다운 전통인데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모습이 마냥 안타깝기만 합니다.
밖에 나와 포장마차 옆에서 산나물을 파시는 할머님들께 붕어 한 마리씩 나눠드리고 무심코 건너편을 보니 내가 사는 영동곶감이 보은장터에 널찍이 펼쳐져 있는게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인사를 나누고 붕어빵을 드리니 밀가루 음식은 드시지 않는다며 사양하신다.
곶감 대부분은 인터넷과 홈쇼핑으로 직거래를 하며 여기에 가지고 나온 물건은 명절을 맞아 바람이라도 쏘일까싶어 나왔더니 역시나 신통치 않다며 붕어빵 가지고 요기가 되겠냐며 뜨끈한 국밥이라도 한그릇하고 사진 담으라며 되려 걱정을 해주시네요
지난가을 연일 계속된 궂은 날씨로 곶감 농사가 흉작인데다 메스컴에서 연일 떠들어대는 통에 그나마 건진 곶감 시세도 예전만 못하다며 울상을 지으신다.
보은은 자고로 순대국밥이 유명합니다.
속리산 관광객을 비롯한 인근의 옥천.영동 그리고 청주에서도 불원천리 찾아오는 맛, 두툼한 순대에다 사골을 진하게 우려낸 국물은 정말 일품이지요
그러니 저도 일부러도 오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시장 곳곳을 돌며 사진 몇장을 더 담고는 장터 한복판에 위치한 “보은순대집”으로ㅗ 향했습니다.
메뉴를 보니 일반순대는 오천원, 대왕순대 국밥은 6천원 가격도 참 착하지요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발디딜 틈조차 없는 손님들 정말 엄청나네요 아마도 장터에 나온 사람들은 전부 이곳에 들러 한그릇씩 하고 가시는 필수 코스인가 봅니다.
간신히 방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는 뜨끈한 대왕순대 한그릇 뚝딱 배를 채우고, 아침에 나오며 옆지기와 약속한 느타리버섯 한봉지, 그리고 어릴적 향수어린 번데기 한됫박 사서는 카메라가방 옆에 달고 집으로 향합니다.
설대목에 보은장을 한아름 담아가는 넉넉한 마음, 오늘도 나는 세상 누구 부러울게 없는 부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