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적으며.....
오늘 마무리 될지
아님 내일 마무리 될지 잘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여튼 자정이 되기전 시작한 글이기에
오늘을 기점으로 적도록 하겠습니다.
설을 보내고
친척,친지 다 보내고
오늘은 한가하기도 하고
아님 좀 허전하기도 하고
마음을 달래기겸
고향 뒷산을 오릅니다.
지금도 고향에서 묵묵히 농사 지으며 사는
친구 내외와 함께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어릴적 우리네 삶의 안식처가 되어준 산
늘 잊지않고 그리워하는 산
한발 한발 떼어놓을때마다
옛정 향내되어 소록 소록 배어나오는
그산을 오릅니다.
포근한 봄날 같아서
찬바람이 재촉하는것도 아니고
더워서 늘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쉬엄쉬엄 오르며
이따끔 뒤돌아보며 지난일을 곱씹어 봅니다.
어릴적 다니던 초등학교 지나
지금은 폐교되어 앙상한 원예중학교를 뒤로하고
산비탈에 농사를 지은 부산물
앙상하게 서있는 아주까리대 바라보니
벌거벗은 앙상한 모습이지만
그자리에 있어줌이 정겹고.........
겨우내 비어있는 비탈밭
어느새 새봄의 향기맏고 나온
파아란 국시딩이 나물
옆지기는 연신 감탄사를 내놓으며
파릇한 나물 뜯기에 정신 없고
짐짓 딴청 피우며
그간의 변해가는 산천 카메라에 담기 바쁘고
한참을 머물다가는
다시 정상을 향한 발걸음
중턱을 올라서니
마을 전경이 보이고
철길건너 하우스의 은빛물결하며
먼발치 이어지는 금강의 아름다움이
마음과 몸을 붙든다.
못내 아쉬워 카메라에 몇장을 더 담고
다시 발길을 재촉
사람 발길이 좀 뜸해서 일까
종종 산초나무 가시가
우리네를 가로막고 으르렁 거리며
매서운 발톱을 세우며 다가오네?
군데 군데 멧돼지가
부족한 겨울식량 찾은 흔적과 함께
지난여름 태풍의 모진 고문에 못이겨
길을 막고 드러누운 은수원사시나무가
세월을 한탄하며 길을 또 막는다.
어릴적 소뜯기던 재넘어 고개에 다다르니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않은
큰 상수리나무
고개넘는 손님 여전히 반갑게 맞이하고
양지바른 묫등에는
매봉재라는 이름답게
사나운 매가 비둘기 한마리를 낚아채서 식사 즐긴 듯
털들 수북이 바람에 나뒹굴고
다시 걸음을 옮겨
가파른 산등성이
땀 범벅되어 오르니
어릴적 목장을 꿈꾸던 재넘어 넓은 골짜기
눈앞에 펼쳐지며 정상!
지난해 무탈함과
올 한해 안녕을 빌어보며
먼 하늘 바라보니
먼저간 친구의 얼굴이 아름아름 가슴을 파고든다.
이곳을 오르며
말도많고 탈도많고
멀리서 유유리 흐르는 금강을 바라보며
어릴적 힘들었던 넋두리를 푸념삼아 쏟아내던 친구.......
그래도 그때가 그립다며
눈물을 콕콕 찍어대던 친구.......
유난히 어렵던 시절
배고프면 강가에 나와서
강물을 실컷 들이키고
친구들과 씨름을 하며 백사장에 뒹굴던 추억을
구수하게 들려주던 친구........
그친구가 하늘 저편에서
우리를 바라보며 대견스러워 하고
아니 올해도 또 왔느냐며 손짓 하는 듯 하여
울적한 마음과 회한을 뒤섞는다.
정상에서의 친구 생각과
마을 전부를 아우러보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세월의 욕됨을 모두 씻어내고는 하산
내려가는 길은 다른 계곡방향
내가살던 외골로 접어들고
어느정도 한참을 내려왔을까?
난데없이 흰색의 돌을 깔아놓은 원형 마당이 보인다.
헬기장
유사시에 헬기가 내려 앉을수 있도록
마련해둔 곳이리라!
열심히 닦아 놓기는 했으되
헬기가 집찾아와서 마당에 내려 앉은적은
한번도 없는 것으로 안다.
아니 언젠가는 제발로 찾아 오겠지 뭐........
어릴적 산전체가 민둥산이어서
사방이 훤했는데
지금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 빼옥히 들어서서
도무지 길 잡이가 쉽지않네?
능선을 따라 하산하는 길
이리저리 먼저가신분들의
유택을 뒤로하고
그래도 우리네 고향
묵묵히 한오백년 지켜주심에 감사드리며
밑으로 밑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이윽고 계곡의 제일 윗부분
아늑한곳에 자리잡은 영암사 절이 나타나고
세월이 흘러 산사도 많은 변신을 거듭해
어릴적 옛모습 찾기 어려우매
들러서 이리 두리번 저리 두리번
기억을 더듬어 보니
용왕님 샘물과 요사채만 그시절 그모습 그대로이고
나머지는 모두 변했음을 아쉬워한다.
허전함과 덧없음이 마음을 울적하게 하는데
내려오는 길 또한 구불구불 오솔길이 아닌
시멘트로 반듯하게 포장되어
그옛날 오르며 즐기던 정취
이곳이 벼를 심던 곳
이곳이 샘물이 나던 곳 하며
말로서 옛길을 만들어 놓고
내려오는 마음 곱지않다.
이윽고
어릴적 살던 정든터에 다다랐고
지금보니 내손바닥으로 가려도 다 가릴정도 크기
이곳에서 방두칸 딸린 본채와
외양간과 뒷간이 있던 아랫채가
자리했다는 점이 정말이지 신기하네
뿐만 아니고 커다란 감나무 두그루
뒤켠에는 채마를 심어먹던 텃밭도 있었으니
세월이가면서 땅의 크기도 점점 줄어드는것 아닌가?
건너편에 영희네 집 있었는데
친구의 부인되어
오늘 동행하며
함께 기억을 더듬으니 새록새록 추억이
넝쿨에 고구마달려 나오듯 한다.
앞도랑 빨래터를 지나며
그시절 오늘같이 따스한 낮에는
어머님과 누님들이 그득히 앉아
방망이를 있는 힘껏 휘두르던 곳인데.....
오늘보니 사람이 앉아
빨래를 했다라는것이 신기할 정도로
좁디 좁고
그때는 맑은 개울물이 연신 흘렀는데
골짜기에 나무들이 많이 들어찼음에도
어인일인지 물 구경조차 어려우니
노랑고무신 떠내려보내고
매맞고 코흘리며 울던 도랑이 아닌가!
이조차 줄어들어 고무신하나
떠내려갈 공간도 못되는듯 하여
마음이 씁쓰레...............
도랑조차도 늙어서 줄어들었남?
터덜터덜 발걸음 옮기고...............
어릴적 항아리에 물긷던 바가지샘
왔느냐며 반갑게 맞는 모습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정말 반갑다!
다 늙어도 이샘만은 안늙고
옛모습 그대로이네?
안을 들여다보니 티없이 맑고 깨끗한 모습 그대로
젖줄이되어 앞논에 미나리를 키우는 모습도 그대로
머리에 빗물 들어가지 말라고 고깔모자쓴 모습도 그대로
크기도 예나 지금이나 똑같네?
정말 좋다!
하나
그시절 쓰이던 바가지 간곳없고
물긷던 항아리는 다 깨져 없어짐인지
프라스틱 파이프 박아놓고
모터소리 요란함에 마음이 심란하다.
조금더 내려오니
스레이트로 이은지붕 세월의 비를 다 막아주지 못하는 듯......
붉고푸른 비닐 신세 지는집
더러 눈에 띄이고
등굽으신
우리네 노모님 함께하며
질곡한 삶 이어져간다.
다 변하고
다 허물어지고
어릴적 모습에서 많이 변해버린 고향!
하지만
늘 변하지 않고
마음속에 흐르는 따스한 인정의 내음
새해를 맞아 가슴에 담아오니 벅차다.
= 사진은 내일, 아니 오늘중으로 올릴예정입니다(11시 45분에 시작 2시에 마침으로 인해) =
유유히 흐르는 금강
낙시터와 고향열차
고향모습전경 1
아주까리 열매
고향모습 전경2
영지버섯과 왼쪽을 자세히 보면 자생란이 함께
벌레집이 텅비어있고
영암사 절 전경
미륵부처 모신곳
바가지 우물
세월만큼이나
지붕에 나뭇잎이 수북히 내려앉아 정겨움을 더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