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다녀오며
어제의 술이
오늘은 독이되어 공격해온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는 핑돌고
속은 쓰리다못해 아픔 그것이다.
무에그리 좋다고
주는대로 덥석 덥석
그것도 모자라서 술병을 들고
동리방리 다 돌았으니
온전하다라면 그게 잘못된 일일게다.
엊저녁
음주단속에 걸리더라도
운동장 몇바퀴 돌았음
오늘 일어나기가 훨씬 수월했을것을
그대로 떨어진게 아쉽기만하다.
옆지기가 끓여준 북어국
억지로 한사발 다 밀어넣고는
이눔이 뱃속에 들어가
이리저리 헤엄쳐다니며
상처난 속을 치료하는
신통한 효험을 발휘해 주길 간절히 빌며
서둘러 열차에 오르고
차창 바라보며 오늘 할일을 계산해본다.
이리 맞춰도 보고
저리 꿰메도 보고
이리저리 묘수를 얹어도 보고
머리는 빙빙돌고
북어란눔이 들어가서 일을 마무리지을때도 됐는데
들어가서는 하릴없이 빈둥빈둥 노는겐지
효력은 커녕 초지일관 가혹한 고통을 가해옴에
술이란 백해무익
정말이지 마시지 말아야겠다.
잠이라도 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텐데
서울일의 막중함에
다가올 생각조차 않네?.
서울땅에 내려서는
몇번째 같은길을 찾아감에도
어느쪽 방향인지 이리저리 헤메고
미로같은 지하굴 간신히 빠져나오니
하늘높이 솟은 사각형 블록이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저 네모난 물건
우리네사는곳에 몇개만 들어서 있음 좋으련만.......
좁디좁은 공간에
무에 좋다고 키자랑하며 저리 서있누?
넓디넓은 우리지역 위풍당당히 서있음
정말 귀한 대접 받을텐데.......
비좁은 서울땅에서
서로 지지 않으려고
사생결단으로 키크기 경주하는 모습이
조금은 애처로와 보이기도 한다.
네모난 그곳속에 같혀
오후내내 답답하고 지루한 협상을 벌임에
차라리 훌훌털고 도망가고픈 심정
콱 막힌 대화속에 밀고 당기기를 얼마
팽팽하게 꼬였던 매듭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하고
드디어 석달을 끌어가며
줄달리기 했던 모든것 마무리
돌아오는 발걸음이 날아갈듯하다.
새마을호에 올라
자축하는 의미에서
캔맥주 하나씩을 사서 마시며
그간의 길을 되돌아보니
참 많이도 걸어왔고
앞으로 걸어야 할길 또한 만만치 않지만
오늘만은 해방이다.
아침에 그렇게 괴로움을 당하고
처다보지도 않겠다라는 술다짐
건망증으로 다 잊어 버리고............
시원하게 들이키고는
스르르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