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늦장을 부리다
부랴부랴 뒷산으로 향했다.
처음 오를제만 하더라도
비가내릴 기미까지는 아니다 싶었는데
꿈지럭 꿈지럭 늑장을 핀 탓일까?
중간에 다다르기도 전에
빗방울이 하나둘 들기 시작 하더니
이내 줄기되어 본격적으로 뿌려댄다.
시원하기도 하고
삭막한 마음 촉촉히 적셔주는 기분에
천천히 맞으며 걷는데
마음의 맺혔던 일들
이슬이되어 차곡 차곡 어우르더니
이내 골지어 내리는 시원함 정말 좋다.
종일 이비를 맞으며
한없이 걷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길고 긴 산허리를 감아 도는곳
나무랑 풀이랑 잡담 나누다
계곡에서 님들 만나
시원한 물에 풍덩 물장구도 쳐보는것도 좋으리라
시시콜콜한 생각도 잠시
길가에 핀 나리꽃을 만나
온마음 다 빼앗기고
하늘하늘 긴목 내밀고는
다소곳이 숙인 고개
짓궂은 마음에 얼굴을 보고자
쪼그리고 앉아 하늘로 향해서는
셔터를 눌러댄다.
가냘픈 몸매
아름다운 얼굴
수줍음이 더해진 나리꽃과 이별하고
지천으로 환하게 핀 개망초밭을 지나는데
저 풀
우리나라 토산종도 아니면서
남의 나라에서 이사와
확실하게 자리 잡고는
온세상이 다 제것인양 기세좋게 어우러져 흐트러지게 피었네?
저풀이 처음 들어올제는
식용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이른 봄부터 온 밭을 다 차지하고도 남을양 너무 왕성하게 자라
곡식을 심고 가꾸어야 하는 농부에게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주었기에
밭을 망친다는 망초에다
개자를 추가로 붙여 개망초라 했을까?
작고도 흰꽃
아름다운 감흥을 주기보다
군상으로 어울려 흐트러지게 핀 모습하며
하나하나 뜯어보면
국화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에
밉지않고 사랑하게 된다.
비 맞으며 이생각 저생각
상념에 잠기기도 하고
온갖 야생화와 이야기를 나누며
혼자 피식 피식 웃는 모습
영락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