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달리며
물방개를 만났다.
어릴적
논 물고에 앉아 조용히 기다리면
어느샌가 살금살금 다가와
뒷다리 열심히 내저으며
방글방글 웃어주던 물방개
그 물방개가 가로등 불빛에
놀러왔다 그만 뒤집어지는 바람에
엎어지지 못해서 바둥바둥
허공에 발을 내두르며 빙글빙글 돈다.
처음 발견할때는 무심히 달리느라 지나쳤는데
그모습 뒤로하고 달리면서 영 마음이 개운치 않다.
저친구가 지금 얼마나 괴로울까?
아니 사경을 헤메며 빙글빙글 돌던데
그대로 두면 결국 일어나지 못하고
새들의 밥이 되던가 아님 내일 낮 뙤약볕에
그대로 생을 마감하게 되리라
달리면서도 연신 마음이 캥겨
되돌아갈까?
가서 일으켜 주고 달리는게 도리지?
아니다 15분정도 지나면 한바퀴 돌아
다시 이곳으로 올테니
그때까지야 별 이상 없겠지
정말 별일 없어야 할텐데..........
혹 그시간에 차라도 지나가면 어쩐담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며 달리는 속도 높여
부지런히 돌아 물방개가 헤메고 있는곳
가까이 올 즈음
누르스름한 물체 하나
길 건너 휙 지나간다
자세히 보니 야생 도둑고양이
이크 이것 큰일났구나!
저눔이 지나며 물방개를 그냥 안두었을터
지나치지말고 도와주고 갈껄
이를 어쩐다?
정말 후회막급이다.
옛친구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일이 뭐그리 힘들다고 지나쳤단 말인가?
죄책감 밀려오며
다리에 힘이 탁 풀린다.
속도를 줄이고 이리저리 찾아 보는데
먼발치 가로등 밑에
까만 물체 하나가 빙글빙글 도는모습 보이네
휴~~~~~~~~~
그대로 있어 줬구나!
아니 여태 바둥거리며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모습
정말 큰일날뻔 했네
다가가서 바로 일으켜주고
계속해서 달리려는데
그동안 얼마나 지쳤으면 일으켜 세워 줬는데도
움직일 생각도 못하고 엉거주춤 있는모습
안되겠다 싶어 다시 잡아서는 길가 풀숲으로 보낸뒤
달리는 마음 한결 가볍다.
어릴적 같이 놀던 친구
쌀방개, 똥방개하며
고무신에 물넣고 빙글빙글 도는 모습에 정신팔려
하루종일 함께하고는 내일 놀자며
장독대에 올려놓고 잠들고 나면
밤새 소리없이 날아가버린 무정한 친구가 아니던가?
물방개 만난 마음
향수와 함께 흐믓하다.
지금 그친구
무슨 생각 하고 있을까?
고무신에 물 넣어
같이놀자 부탁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