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나고 싶다.
무작정 가고싶다.
구불구불한 길인지
반듯한 길인지
묻지말고 가자
앞선이가 내디딘 발자욱
마음 하나 배낭에 담고
그길 따라 가보자
오솔길 소박한 살림살이
미지의 큰길 기대함이 좋겠고
오르막길 힘들지만
높이 올라 펼쳐보는 기대감이 좋겠고
아무도 없는 외딴길
혼자만의 공간 이어짐이 좋겠고
옹기종기 돌담길
정성모인 모습이 좋겠고
광활한 대지 큰길
한껏 내디딤이 좋겠고
구비구비 인생길
내음나는 사람살이 좋겠고
작고도 소박한 마음
그 조차도 번거로우니
다 버리고 훌쩍 떠나고 싶다.
소나기 만나면
시원하게 맞으며 가고
바람이 불면
전해지는 소식 들으며 가고
눈 내리면
백지 그림 그리며 가고
아침 밝으면
이슬과 이야기 나누며 가고
노을 지면
황홀한 붉은주단에 얹어 가고
밤이면
개구리 울음소리 이정표 삼아 가고
낮이면
흐르는 땀 벗삼아 가고
시냇물에 귀대어
살며시 물어보자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길이며
무엇하러 가는지
누구를 만나
무슨 이야기 나누고
남긴 흔적은 무엇인지
무소유 아니던가?
어디 자욱 있던가?
길 떠나는 나그네
내 그였음 정말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