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생각의걸음마

익어가는 보리

가든라이프 2006. 5. 26. 23:42

집 옆 논에 심어진 보리

아침마다 오르는 뒷산 길목에 자리잡고 있어

그 자라는 모습에 감탄합니다.

 

겨우내 땅에 엎드려서는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분간이 안가는 몸으로 

모진 북풍한설 용케도 견뎌내고 

 

봄이되니

이내 기지개 펴곤

아지랑이 벗삼아 노니며

파르스름 해지기를 얼마

 

어느새 고개 쑥 내밀고

수염을 떡하니 달고 나오네

 

좀 건방진것 아닌가?

 

그 생각도 잠시

알들이 통통히 채워지기 시작하던 차

심술맞은 봄바람 이리저리 훑고 지나니

중간중간 폭탄세례를 맞은것처럼

집단으로 드러눞는 사건도 발생하고

 

넘어져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후손을 남기겠노라며

몸은 누웠으되 고개 들어 견디는 강인함 

 

그 보리 노란색으로 변하며

할아버지 보리 되어 가는것에

세월의 빠름을 실감합니다. 

 

어릴적 전해들은 보릿고개가

아마도 이맘때 쯤 아닌가 싶네요.

 

배고픔의 고개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다 익지않은 보리를 베어

절구통에 넣고 찧어서

보리떡이란 이름으로

허기를 채웠을까? 

 

그런데 먹고사는 걱정없는 요즈음에도

보리를 미리 벤다는 신문기사를 보고는

그 고개가 다시왔나 하는데

읽어보고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가축들 먹이를 위해

미리 베어 말려두어야 한다네요

 

보리는 옛 보리이되

쓰임새는 다양하게 변했네요.

 

구수한 보리내음

그 유혹에 못이겨 

조용히 머물다 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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