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옆 논에 심어진 보리
아침마다 오르는 뒷산 길목에 자리잡고 있어
그 자라는 모습에 감탄합니다.
겨우내 땅에 엎드려서는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분간이 안가는 몸으로
모진 북풍한설 용케도 견뎌내고
봄이되니
이내 기지개 펴곤
아지랑이 벗삼아 노니며
파르스름 해지기를 얼마
어느새 고개 쑥 내밀고
수염을 떡하니 달고 나오네
좀 건방진것 아닌가?
그 생각도 잠시
알들이 통통히 채워지기 시작하던 차
심술맞은 봄바람 이리저리 훑고 지나니
중간중간 폭탄세례를 맞은것처럼
집단으로 드러눞는 사건도 발생하고
넘어져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후손을 남기겠노라며
몸은 누웠으되 고개 들어 견디는 강인함
그 보리 노란색으로 변하며
할아버지 보리 되어 가는것에
세월의 빠름을 실감합니다.
어릴적 전해들은 보릿고개가
아마도 이맘때 쯤 아닌가 싶네요.
배고픔의 고개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다 익지않은 보리를 베어
절구통에 넣고 찧어서
보리떡이란 이름으로
허기를 채웠을까?
그런데 먹고사는 걱정없는 요즈음에도
보리를 미리 벤다는 신문기사를 보고는
그 고개가 다시왔나 하는데
읽어보고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가축들 먹이를 위해
미리 베어 말려두어야 한다네요
보리는 옛 보리이되
쓰임새는 다양하게 변했네요.
구수한 보리내음
그 유혹에 못이겨
조용히 머물다 가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