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생각의걸음마

고향

가든라이프 2006. 9. 27. 23:40

야트막한 언덕위에

죽은자의 집들이 봉긋봉긋

 

큰산 뒤로 의지하고

앞길에서 볼세라 몸숨기며 만들어진

산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

 

오랜 전란에도 인적없는 골짜기로 알고

아군적군 그대로 지나친 속칭 피란골

 

수십여가구 옹기종기 살더니

아들딸 자식들 다 나가 버리고

꼬부라진 어르신네 두분 계시다

 

어이어이 한분 먼저가심을 슬퍼하시더니

지난 겨울엔 남은이 마저도 님따라 먼곳 가셨단다.

 

휑한 마당에는 주인가고 새로 태어난 망초대

자라고 늙어서 자기도 생을 다하고는

까만 얼굴 한 채 보초를 서고

 

바닥에 바랭이

 행여 남은자리 있을새라

빈틈 하나없이 가득 채워 놓고는

마치 제 세상인양 등등한 기세로 뻐긴다.

 

주인잃은 지게하며 소쿠리 거미줄 가득하고

 

재넘어 사래 긴밭 열심히 갈고 실어나르던

누렁이도 구시만 덩그러니 남긴채 간곳 없네

 

어린아이 울음소리 고사하고

어른의 기침소리마저 적막한 고향

 

그 산골에 모처럼 왱왱거리는 벌초기 소리조차

사람의 흔적이 엿보이는것 같아 차라리 반가운 동리

 

재넘어 고갯마루 둥그나무

어느누가 무슨뜻 품고 심었을까?

 

수백년을 묵묵히 서있는 당산의 이나무 

 

먹고사는 삶이 고된 시절

그래도 내 넉넉한 품에 안겨

 

오가는이 넉넉한 인심 나누고

 

수많은 묵객들 쉬어가며

시한수 읊어줌이 그리도 좋더니만

 

여름이나 겨울이나

찾는이 하나없고

 

먼발치 바라보는 동리모습

나보다 더 늙어보이는 사람들만 간간히 움직일 뿐

이곳까지 놀러올 기운 있는이 하나없네

 

예전엔 간간히 누렁이라도 놀러와 쉬고가곤 했는데

그 친구조차 요즈음은 통 바깥 출입 안하니

 

낮에는 홀로섰는 외로움에 떨고

밤에는 친구없는 서러움에 운다. 

 

아!  내고향의 고독함이여 외로움이여

그래도 늘 그리며 가고픈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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