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트막한 언덕위에
죽은자의 집들이 봉긋봉긋
큰산 뒤로 의지하고
앞길에서 볼세라 몸숨기며 만들어진
산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
오랜 전란에도 인적없는 골짜기로 알고
아군적군 그대로 지나친 속칭 피란골
수십여가구 옹기종기 살더니
아들딸 자식들 다 나가 버리고
꼬부라진 어르신네 두분 계시다
어이어이 한분 먼저가심을 슬퍼하시더니
지난 겨울엔 남은이 마저도 님따라 먼곳 가셨단다.
휑한 마당에는 주인가고 새로 태어난 망초대
자라고 늙어서 자기도 생을 다하고는
까만 얼굴 한 채 보초를 서고
바닥에 바랭이
행여 남은자리 있을새라
빈틈 하나없이 가득 채워 놓고는
마치 제 세상인양 등등한 기세로 뻐긴다.
주인잃은 지게하며 소쿠리 거미줄 가득하고
재넘어 사래 긴밭 열심히 갈고 실어나르던
누렁이도 구시만 덩그러니 남긴채 간곳 없네
어린아이 울음소리 고사하고
어른의 기침소리마저 적막한 고향
그 산골에 모처럼 왱왱거리는 벌초기 소리조차
사람의 흔적이 엿보이는것 같아 차라리 반가운 동리
재넘어 고갯마루 둥그나무
어느누가 무슨뜻 품고 심었을까?
수백년을 묵묵히 서있는 당산의 이나무
먹고사는 삶이 고된 시절
그래도 내 넉넉한 품에 안겨
오가는이 넉넉한 인심 나누고
수많은 묵객들 쉬어가며
시한수 읊어줌이 그리도 좋더니만
여름이나 겨울이나
찾는이 하나없고
먼발치 바라보는 동리모습
나보다 더 늙어보이는 사람들만 간간히 움직일 뿐
이곳까지 놀러올 기운 있는이 하나없네
예전엔 간간히 누렁이라도 놀러와 쉬고가곤 했는데
그 친구조차 요즈음은 통 바깥 출입 안하니
낮에는 홀로섰는 외로움에 떨고
밤에는 친구없는 서러움에 운다.
아! 내고향의 고독함이여 외로움이여
그래도 늘 그리며 가고픈 그곳~~~~~~~~